▲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언론노조
1970년대, 엄혹한 유신 체제 아래서도 ‘언론 자유 수호’를 부르짖었던 선배 언론인들이 책을 펴냈다. 박정희 독재 정권이 저지른 인권 유린 등의 만행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다 해직된 동아일보의 기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27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1975, 유신독재에 도전한 언론인들 이야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유신정권의 야만적 행태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1975년 동아일보사에서 강제 해직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주축이 돼 이 책을 썼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넘겨 받은 문영희 전 동아투위 위원장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때 변호사가 ‘동아투위 사건’을 모른다며, 그동안 동아투위 구성원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써 주면 좋겠다고 해 원고를 쓰게 됐다”며 출간 계기를 밝혔다.
문영희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 세력이 패한 후, 특히 유신 정권 전후를 다룬 책이 많이 팔린다는 소문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 스스로 동아 투위 정체성을 많이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깨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늘 후배 언론인들의 뒤에서 언론의 위기와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카랑카랑하게 말씀해주셨던 분들이 동아투위 선배들”며 “이명박 정권 아래서 해고와 중징계를 당하며 길고 힘든 싸움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선배들의 존재가 그 자체로 위로이자 힘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동아투위 구성원 등 전·현직 언론인은 물론, 동아투위의 싸움에 함께 해 준 든든한 벗들도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자유언론실천운동 주역들을 추방하라는 박정희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동아일보 경영진은 1975년 3월 17일 새벽, 폭력배까지 동원해 자사 기자들을 쫓아냈다. 이때 자리를 함께 지켰던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3월 17일은 우리에게 매우 역사적인 날로, 40년 동안 기억하려고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정부는 (기자들이) 양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정했다”며 “젊은 사람들은 40년 전에 있었던 이런 일들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5>에 글을 보태기도 한 이해동 목사는 “지금은 1970년대 유신 정권에 항거하던 결의를 가지고 다시금 투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오늘날 언론 상황이 대단히 심각한데, <1975> 출간이 언론 투쟁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수장학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장물바구니>라는 책을 썼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동아투위 113분이 해직 이후에도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가는 데 대단한 존경을 표한다”며 “단 한 시간만이라도, 기사 한 줄만이라도 지면에 쓰는 날이 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각계각층 인사들의 축사에 이어,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라 답례사를 전했다. 김종철 위원장은 “예전 긴급조치 9호 때에는 모든 신문, 방송이 벙어리가 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한겨레, 경향이 진보적 일간지로 앞장서고 있고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등 진보 진영 언론이 있어 훨씬 고무적”이라며 “진보 매체들이 힘을 합치면 (민주화와 통일을 막으려는 시도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후배 언론인들의 뒤에서 수레를 밀어주는 일이라도 열심히 하겠다”며 “(책 출간을 통해) 38년 동안 숨겨져 있던 많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와 고민정 KBS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2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석현 민주당 의원 등 정계 인사도 다수 참여했다. 또한 박래부 새언론포럼 회장, 박석운 민언련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표완수 시사인 대표,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 등 다양한 언론계 인사들도 자리해 <1975>의 출간을 축하했다.
▲ 27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동아투위 해직 언론인들이 쓴 '1975'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사진은 '1975'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내빈들이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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