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베스트셀러 사재기’ 논란의 당사자인 소설가 황석영 씨를 비롯해 출판인, 법조인들이 출판계 사재기 행태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에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를 요청하고 국회에 법령 개정을 촉구하는 한편,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 지난 5년간의 베스트셀러 판매 현황을 파악해 문제점을 추가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출판사 사재기’는 출판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왔다.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란은 지난 7일 SBS <현장21>의 보도를 통해 출판사 ‘자음과 모음’의 사재기 정황이 드러나면서 촉발되었다. 황석영 씨는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자신의 책 <여울물 소리>를 절판하고 출판사에 출판권 해지를 통보한 데 이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황석영 작가가 23일 오전 서울 삼청로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황 작가는 기자회견에서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을 위해 검찰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뉴스1

황석영 씨는 23일 오전 한국작가회의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은 일종의 증권조작과 같은 범죄 행위이자 사회악임을 자각하고 출판계와 서점은 자정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일부 출판사들의 ‘서점을 통한 도서 기증 행태’와 ‘정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할인 판매’, ‘다른 도서 끼워 팔기’와 ‘과도한 경품 증정’ 행위 등도 공개적인 사재기의 일종”이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현재 계류 중이라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반드시 이른 시간 내에 통과되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은 “출판인이 위대한 작가를 격려하고 고무해야 마땅한데 작가 본인이 불미스러운 일로 절판 선언을 하시고 명예훼손 소송도 하셨다”며 “출판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작가들의 명예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출판물 사재기를 금지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간행물의 유통 질서(23조)’의 처벌 조항은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주가조작 등으로 주식시장을 교란했을 때에는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엄격하게 처벌해 많은 사람들이 수년의 징역형을 산다”며 “책에 관해서는 현행법상 형사처벌할 만한 규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작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유통질서와 출판업계 전체를 바로잡으려면 (사재기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작가들의 명예가 사재기 논란으로 많이 훼손되어 출판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덕수의 윤천우 변호사는 “형법이 규정하는 법 제도 하에서는 (이번 사건을) 형사사건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론적 난점을 극복하고 연구해서 고소할 수 있다면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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