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복지국가’ 담론이 한국 사회에 대두된 이후, 많은 이들이 한국이 본받을 만한 복지국가 모델로 스웨덴을 꼽았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각종 서적, 다큐멘터리,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수차례 한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상이한 역사·문화적 기반 위에 세워진 만큼, 스웨덴의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이식하는 데에는 난점이 많다. 스웨덴에서 나고 자라 지난 2011년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는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또한 “한국이 스웨덴의 제도를 복사할 때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진보정의당 주최로 열린 유럽복지국가 대사 초청 연속강연회 '유럽을 통해 본 한국 복지사회의 미래'에서 '사회민주주의, 스웨덴 보편적 복지의 근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뉴스1

다니엘손 대사는 22일 오후 진보정의당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럽 복지국가 대사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스웨덴은 따를 수 없는 외국 모델이 없어 스스로 제도를 발전시켰다”며 “한국도 전통과 가능성, 정치적 환경을 바탕으로 스스로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의 복지제도의 근간이 되는 가치만은 범용적인 것으로, 한국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가치와 함께 한국인들의 노력과 일에 대한 헌신이 있으면 충분히 좋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격려했다.

다니엘손 대사가 꼽은 스웨덴 복지제도의 가치는 △노동의 가치 인정 △성평등에 입각한 노동 기회 부여 △작은 빈부격차 △지속가능한 개발 등 네 가지다.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에서 일찍부터 복지제도가 발전하는 데 위와 같은 정치·사회적 토양의 기여가 컸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에도 보수주의, 좌파, 사민주의, 환경주의 등 다양한 견해의 정당이 있지만 모두 어느 정도 일치된 합의점을 갖고 있”으며 “제가 아는 한 아주 보수적인 정치인이라도 스웨덴 복지제도의 네 가지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경제성장 과정에서 으레 나타날 법한 ‘개발’과 ‘자연보호’ 사이의 충돌이 크지 않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쉬웠다는 것이 다니엘손 대사의 설명이다. 다니엘손 대사는 “만약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면 기업은 이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기술적 노력을 해 혁신적 기술을 개발한다”고 전했다.

스웨덴이 1809년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중립 노선을 표방하며 200년 이상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복지제도 구축에 한몫했다. 스웨덴 역시 공공예산의 상당 부분을 군사비용에 지출하기는 하지만, 전쟁에 국가 동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은 제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나치 독일과 공산동맹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며 “이후부터 강력한 군사동맹에서 물러나는 것이 국가적 전통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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