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 드라마 <구가의 서>의 주인공 최강치(이승기 분)는 반인반수다. 굳이 애니메이션의 고전 <미녀와 야수>를 들먹이지 않아도, 뱀파이어, 늑대인간이(<트와일라잇>시리즈) 전 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휩쓸고, 한국에서도 늑대소년 송중기가 800만 스코어 흥행의 위엄을 달성한 마당에 인간과 야수의 경계 선상에 서있는 반인반수 이야기는 그렇게 흥미로운 소재는 아니다.

최강치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히어로(영웅)이다. 그는 태생적 한계로 반은 사람이요 반은 야수이지만,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보다 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건실한 청춘이다.

하지만 담여울(수지 분)과 이순신(유동근 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최강치의 남다른 겉모습만 보고 그를 '괴물'이라 부르며 멀리하려 한다. 한때 최강치와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박태서(유연석 분), 최강치와 연정 관계에 있었던 박청조(이유비 분)마저도 최강치의 변한 모습을 두려워하며 그를 죽이려 달려든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고 유일하게 가족이라 믿고 자란 박태서, 박청조 남매에게까지 버림받은 최강치에게는 일말의 분노조차 남지 않았다. 청조마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릴 때, 오직 최강치의 마음속에는 그 누구도 괴물인 자신을 가까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만 있었다.

강치를 가족처럼 돌봐주는 여울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가족과 같았던 태서, 청조 남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최강치는 '멘붕'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결국 강치는 이순신 장군을 만나 품고 있던 서러운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제게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들이... 저를 저버렸습니다. 저를 괴물이라 하였습니다"

조관웅(이성재 분)의 하룻밤 노리개로 전락할 청조를 구하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득실대는 사지로까지 달려 들어가 기어이 청조를 구해낸 최강치였다. 하지만 청조를 구한 대가로 돌아온 것은, 태서-청조 남매의 배신이었다.

운명의 장난으로 온전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는 것도 강치로선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었는데, 강치의 연인이자 가족이었던 청조의 변심은 그 어떤 모진 학대와 공격도 청조를 위해 기꺼이 견딜 수 있던 강치에게 쉽게 이겨낼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만다.

이순신은 가만히 강치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다독인다. 너가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상처도 받는 것이라고. 그렇다. 가족과 연인을 제 몸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강치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받는 상처도 큰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절망에 빠져있는 강치에게 따스한 위로만 해주지 않았다.

"남들이 너를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치 않다. 니 자신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지"

어쩌면 평생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반인반수로 살아야하는 강치다. 강치가 스스로를 부정한다 한들, 온전한 사람의 형체로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조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강치 스스로가 비극적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이순신은 강치에게 묻는다. 장차 뭐가 되고 싶냐고. 강치의 대답은 단호하다.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강치는 다시금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강치는 정말로 사람이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가고 싶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비단결 같은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지만, 단지 외형이 야수란 이유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제재를 당해버린 청년은 담여울 외에 유일하게 자신을 '사람'으로 봐주는 이순신의 품 안에서 울고 있었다.

아직 <구가의 서> 악의 결정체 조관웅과 정면으로 상대하기엔 미약한 강치이지만, 그는 그렇게 자신의 진실 된 눈물로 서서히 영웅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승기가 이순신, 박태서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 장면엔, 각종 예능을 종횡무진하면서 사랑받은 이승기가 아닌 정말로 사람이 되고 싶은 야수 최강치가 있었다.

순간 이 남자의 미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MC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그리고 그의 이름만 듣고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서, 지금도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이승기의 앞날이 말이다. 미녀 수지가 야수 승기를 봉인해제시킬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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