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방송국에서 KBS <전국 노래자랑>이 무려 33년 가까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송해 선생님의 노련한 진행 외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과장되지 않은 진솔한 모습에 있을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아이템을 얻은 동명의 영화 또한, 그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구수하고 담백한 매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유명 MC이자 개그맨 이경규가 기획, 제작하여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들은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다.

인기 트로트 가수 박상철이 실존 모델인 박봉남(김인권 분)과 그의 아내 미애(류현경 분)가 주축이 되어 영화를 이끌어가지만,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선 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타이틀답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짝사랑하는 남자(유연석 분)를 위해 기꺼이 무대 위에서 회사제품을 홍보하는 쪽팔림까지 무릅쓴 현자(이초희 분)의 반달 웃음은 같은 여자가 봐도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곧 있으면 헤어질 할아버지(오현경 분)를 위해 그가 좋아하는 노래로 무대에 올라선 똘똘한 손녀(김환희 분)는 관객들의 뜨거운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장의 권한을 앞세워 좋지 않은 노래 솜씨에도 본선 무대까지 진출한 시장님(김수미 분)은 이런 경우 자동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눈살 찌푸리기가 아닌 귀여워 보일 정도다. 그리고 여기에 파리 날리는 중국집 홍보를 위해 예선에 참가한 봉남 친구(김중기 분)와 술만 마시면 필을 받는다는 건강원 아저씨(정석용 분), 이번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시장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만년과장 오광록까지 가세한다.

가수를 꿈꾸는 봉남과 그의 아내 미애를 필두로 전국노래자랑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말 못할 주변인들과의 갈등을 안고 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한 양념이 과하게 투하되는 요즘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전국노래자랑> 등장인물의 고민과 해결방법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악역 없이 오직 선한 인물들로만 극을 이끌어간다는 것도 <전국노래자랑>이 갖고 있는 특색 중 하나다. 봉남의 ‘전국노래자랑’의 출전을 반대하는 그의 아내 미애 또한, 철없는 남편 대신 그녀가 짊어진 오랜 생활고를 비추어봤을 때 그녀의 입장이 절로 수긍될 정도로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선에서 캐릭터를 조명하고 따뜻하게 감싸준다.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과 우리 주위에서 한번쯤 봄직한 인물들의 일상적이면서도 소중한 사연이 차곡차곡 정성껏 올려진 <전국노래자랑>은 눈에 띄는 화려한 별식은 없지만, 푸짐한 시골 밥상을 받는 기분이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볼 수 있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웃고 울을 수 있는 <전국노래자랑>.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5월에 걸맞은 사람냄새 가득한 영화다.

한 줄 평: 편안하게 웃고 울 수 있는, 정겹고도 훈훈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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