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꿈에서 거대한 폭풍을 목격한 이후, 커티스(마이클 새넌 분)의 삶은 피폐해진다. 매일 밤 커티스를 찾아와 괴롭히는 악몽의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전문 상담사에게 치료를 받아보지만 커티스의 불안증은 커져만 간다.

곧 있으면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믿는 커티스는 주위 사람들의 싸늘한 외면에도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에 커다란 방공호(대피소)를 짓는 데 몰두한다. 그리고 진짜 폭풍이 오던 날, 커티스는 자신이 정성스레 만든 방공호에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화 <테이크 쉘터>의 주인공 커티스는 극도의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폭풍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외 꿈속에서 자신을 괴롭힌 현실의 모든 것을 피하고 거부하는 이상증세를 보인다.

당연히 주위 사람들은 커티스의 '이상증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불안증 때문에 생업도 소홀히 한 채 방공호 작업에만 몰두하던 커티스는 끝내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치료할 수 있는 건강보험도 해지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커티스의 아내 사만다(제시카 채스테인 분)은 묵묵히 남편 곁을 지키고, 그가 폭풍을 뚫고 다시 세상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다.

악몽을 꾸기 전까지 커티스는 사만다의 남편이자 딸 해나의 아빠로 착실하게 살아온 성실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정신병 유전을 극복하고 그럭저럭 집안을 잘 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한 커티스의 강박관념이 끝내 '폭풍'이란 큰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안하고 위태롭다. 언제 우리가 사는 곳을 덮칠지 모르는 자연 재해에서부터 전쟁, 교통사고, 강도 등 우리들의 목숨과 재산을 노리는 위협은 어디에건 도사리고 있다. <테이크 쉘터> 포함, 단 세 편의 영화로 향후 미국을 대표할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는 제프 니콜스 감독이 주목한 지점이 바로 이 '심리적 불안감'이다.

<테이크 쉘터>에서 폭풍은 커티스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이자, 동시에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 찬 커티스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폭풍에 사로잡힌 커티스는, 폭풍에 대한 두려움에 생업도 포기한 채 방공호 안에만 갇혀 있으려고 한다.

폭풍 앞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커티스를 일으켜 세운 것은 아내 사만다의 힘이다. 사만다는 남편을 단순한 정신 이상자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력 있는 인간으로 바라본다. 아내의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 덕분에 커티스는 가까스로 방공호의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커티스의 예상과 달리, 폭풍우가 휩쓸고 간 세상은 여전히 시계가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결말이 잔잔한 충격을 안겨주는 영화. 거대한 폭풍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들 또 다른 폭풍이 위협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인간은 그럼에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폭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재 인류의 공포 심리를, 마이클 새넌, 제시카 채스테인 등 명배우들의 연기와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연출력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려낸 수작 중의 수작이다.

한 줄 평: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도 살아야하는 우리들. 그게 바로 세상의 이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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