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복귀한 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나올 만 한데, ‘달빛프린스’는 조기 종영됐고, ‘맨발의 친구들’ 역시 4%의 시청률로 저조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소재는 좋은데 방송분량이 없어서 쓸데없는 몸 풀기 운동을 하며 억지웃음을 만들고 있다. ‘무릎팍도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라디오스타’가 오히려 영향력이 더 있을 정도이니 강호동도 한물갔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호동이 잠정은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예능은 강호동과 유재석 세상이었다. 강-유 양대산맥이 매년 연예대상 후보에 거론되고 둘이서 다해 먹을 정도로 대체될 MC가 없었다. 강호동의 카리스마와 유재석의 섬세한 배려 진행은 강호동과 유재석의 리더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분야에 적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천하의 강호동이 맥을 못 추는 걸까?

우선 강호동을 대체할 MC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호동이 사라지자 이영자, 신동엽, 컬투 등 잠자고 있던 사자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자가 없는 자리에 여유가 대체할 줄 알았지만 잠시 쉬고 있던 사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수근, 김병만, 김준호, 붐,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등 2인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다시 강라인은 강라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문제는 강라인의 파워가 가장 컸을 때 강호동 옆에는 이승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다른 사람의 말에 리액션을 잘해주어 죽을 것도 살리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강호동은 누군가가 리액션을 받아주어야 계속 이어나가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리액션을 잘하는 이수근이 옆에 있어야 했고, 비주얼과 리액션까지 잘 받아주는 이승기가 있어야 했다. 특히나 이승기와 강호동의 궁합은 미녀와 야수처럼 잘 맞는 궁합이었다. 강심장이나 1박 2일에서 보여주었던 강호동-이승기는 유재석-박명수보다 더 나은 시너지를 내었다. 하지만 이제 이승기는 예능에서 모두 하차하고 드라마 ‘구가의 서’를 통해 연기에 매진하는 중이다.

강호동으로서는 이승기의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 예체능에서는 창민, 무릎팍에서는 유세윤, 맨발의 친구들에서는 강심장의 은혁과 뉴페이스인 윤시윤이 옆에 있다. 그 중 가장 강호동과 잘 어울리고 이승기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이는 윤시윤이 아닌가 싶다.

윤시윤은 예능이 처음이다. 맨발의 친구들이 정말 지루한 첫 스타트를 끊었지만 그나마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윤시윤의 열정 때문이었다. 처음이어서 열정이 넘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처음 하는 것인데도 그 정도이면 예능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맨발의 친구에서 씨클로를 끌 때 윤시윤이 이승기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혁은 베트남에 워낙 슈퍼주니어 팬들이 많다보니 팬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씨클로를 끄는 동안에도 팬들이 따라다녔을 것으로 생각된다. 길도 잘못 들어 뱅뱅 돌아서 태운 여자 손님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팬을 의식한 이미지 관리일 수도 있고, 미안해서 안 받았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000원 밖에 안 되는, 실제로 돌아오는 돈은 1,600원 밖에 안 되는 돈이다. 그래서 은혁은 손님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은혁 손님의 남자친구는 윤시윤의 씨클로를 탔다. 여자친구가 안 받으니 남자친구도 방송인 것을 알고 안 내려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윤시윤은 끝까지 받아내었고, 심지어 돈을 잘못주자 따라가서 끝까지 돈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맨발의 친구들에서 주어진 미션은 베트남 현지 사람들처럼 24시간을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무전으로 시작하여 돈을 벌어 먹고 자고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그 첫 돈벌이 수단으로 씨클로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돈 3,000원은 적은 돈일지 몰라도 베트남에서는 씨클로 기사식당에서 2인분을 먹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씨클로를 그렇게 힘들게 끌고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맨발의 친구들에 몰입하지 못하고 슈퍼주니어로서의 체면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은혁이 그렇게 나오면 윤시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었다. 구두쇠 같은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수하고 윤시윤은 돈을 끝까지 받아냈다. 인간적으로 보았을 때 은혁의 행동은 칭찬할만한 행동이지만, 예능 프로그램 콘셉트로 보았을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예능이 처음인 윤시윤은 캐릭터를 잡기위해서라기보다 원래 그런 성격인 것 같다. 바르고 정확하고 쾌활한 성격인 듯하다. 이승기가 1박 2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바로 성실하고 바른 이미지 때문이었다. 잘생긴 청년이 바르게 행동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거기다 모범생 이미지까지 겹치니 강호동의 약간은 못된 행동들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박명수가 악역을 맡고, 유재석의 착한 역을 맡아 호흡을 맞추듯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당당하고 젊고 잘생기고 쾌활하기까지 한 윤시윤이 이승기의 자리를 대신한다면 강호동-윤시윤의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능이 처음이라는 점도 강호동에게 여러 면에서 득이 된다. 자신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방식대로 윤시윤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시윤의 매력을 끌어내면 그것이 곧 강호동의 리더십과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게 될 테니 강호동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 과연 윤시윤이 강라인으로 합류하게 될지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강호동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강호동의 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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