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2가 끝나고 천명이 시작되었다. 월메이드 사극이라 하여 기대를 가지고 보았는데, 첫 장면만 멋있었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실망스러웠다. 아이리스2에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여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로 끝났는데, 천명 또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아쉬웠다.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이동욱과 드라마 출연이 처음인 임슬옹, 그리고 런닝맨의 멍지효인 송지효가 이끄는 천명은 모험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나마 아역 김유빈이 천명에 가장 어울리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이동욱은 사극톤을 거의 소화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 드라마에 출연하는 임슬옹이 더 나아보일 정도였다. 거기다 송지효 역시 뒷받침해주지 못해 마치 퓨전사극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가의 서나 장옥정이 퓨전 사극이라면 천명은 정통 사극에 가까운데 현대극 같은 대사로 몰입을 방해했다.

천명은 실력이 출중한 내의원 최원이 불치병의 딸을 살리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이다. 내용을 보면 허준 혹은 마의와 추노나 추적자를 합쳐 놓은 듯하다. 정치세력에 의해 쫓기게 되는 최원과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한 사투, 그 속에서 피어나는 러브스토리. 역사적인 배경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암투와 딸을 살리려는 부정,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러브라인. 소재가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의 나올 수 있는 구조이다.

천명은 현재로서는 수목드라마 경쟁 구도에서 앞서나가지 못할 것 같다. 현재 수목드라마의 1위는 남자가 사랑할 때이다. 그리고 그 뒤를 천명이 따르고 있고, 꼴찌는 ‘내 연애의 모든 것이다. 그런데 재미 순으로 보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이 1위이고, 그 다음이 남자가 사랑할 때, 꼴찌가 천명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신하균의 편안한 연기와 이민정과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가 볼만하다. 로코물의 정석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계속 보고 싶어지는 볼매 드라마이다. 현재 입소문을 통해 신하균과 내연모의 매력이 퍼져나가고 있는 점을 보았을 때 천명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현재 2위 자리도 위험해질 것 같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탄탄한 스토리로 우선 승기를 잡아 놓은 상태이다. 이미 10%가 넘는 시청자들은 그 스토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스토리를 잘 풀어내었다. 송승헌-신세경-연우진-채정안의 사각관계가 꽤 볼만한 드라마이다.

반명 천명은 200억 제작비의 아이리스2가 만들어낸 시청률을 이어받았을 뿐이다. 아이리스2가 10.4%의 시청률로 마감했는데 천명의 시청률은 9.3%였다. 오히려 1%나 다른 드라마에 빼앗기고 만 것이다. 2회까지 방송되면 시청률 추이가 뚜렷해지겠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에 시청률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아이리스2와 남자가 사랑할 때에 밀려서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너무 묻힌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부터 신하균과 이민정의 본격적인 러브스토리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쟁이 기대된다.

천명의 유리한 점은 사극이라는 점이다. 이동욱이 사극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다면 천명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송지효 역시 런닝맨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사극 연기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임슬옹 또한 세자로서 어울리지는 않지만 드라마 자체를 처음 한단 점을 감안하면 더 지켜볼 일이다. 우선 40대 이후의 시청층만 잡는다 해도 충분히 승산은 있다. 그러기 위해 역사적인 팩트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잘 만든다면 40대를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아쉬움도 컸다. 사극이 처음인 이동욱이 빨리 적응하여 극을 잘 이끌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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