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다’는 1박 2일에게 일요일 강자를 내주다가 강호동이 하차하고 난 후 ‘런닝맨’으로 일요일의 새로운 왕좌에 등극했다. 그런데 최근 1박 2일에서 하차한 강호동을 런닝맨 앞부분에 배치했다. ‘맨발의 친구들’이란 제목으로 일요일이 좋다의 스타트를 끊을 프로그램에는 강호동과 윤종신, 김현중, 유세윤, 김범수, 윤시윤, 은혁, 유이가 출연한다. 강호동-윤종신-유세윤은 라디오스타, 무릎팍도사, 야심만만으로 이루어진 예능 고수들 그룹이고, 김현중, 윤시윤, 은혁, 유이는 아이돌 그룹으로 청소년을 노린 캐스팅인 것 같다. 신구 조합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까 궁금해서 첫 회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맨발의 친구들’은 해외로 나가 직접 현지인의 삶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콘셉트인지 첫 회만으로 판단하기 힘들지만 배낭여행 혹은 워킹홀리데이 같은 느낌을 주었다. 배낭여행을 할 때 무일푼으로 떠나는 사람도 있고, 워킹홀리데이 등 돈을 벌어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맨발의 친구들’은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실제로 돈을 벌어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여행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간다는 점에서 서바이벌에 초점을 맞춘 것 같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새로운 형식이긴 하나 나쁘게 말하면 딱히 어떤 것이 포인트라고 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콘셉트이다. 첫 회를 본 소감은 "조금 더"라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무엇인지도 파악이 안 되고, 베트남으로 가긴 했는데 팀을 두개로 쪼개서 가느라 분량 상 한 개의 팀 밖에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있다. 몇 주 전 베트남에 다녀왔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사전 정보가 없다보니 멤버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시윤과 윤종신, 은혁과 유세윤은 씨클로 운전에 도전했다. 인력거 같은 베트남 특유의 씨클로로 유적지를 한 바퀴 돌면 3000원을 벌게 된다. 한 바퀴 돌아보고 바로 모객부터 시작하여 운행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새 은혁을 알아보고 많은 팬들이 몰렸다. 안 그래도 베트남엔 오토바이가 많아 교통이 매우 혼잡하고 사고도 많이 일어나는데 관광지에서 씨클로를 운행하다보니 매우 위험해 보였다. 실제로 경미한 접촉사고도 났었다.

또한 지리를 몰라 해매기도 했는데 은혁이 은길치라기보다는 생전 처음 와보는 길을 자전거로 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화면에 경찰인지 경비원인지가 보호해주는 모습이 잡혔는데, 한 대당 5~6명 정도의 경비원들이 붙어서 보호하며 촬영이 진행되었다. 유세윤과 윤종신은 모객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씨클로도 처음이었고, 베트남어도 할 줄 모르니 말이다.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보는 사람이 더 민망했다.

이런 콘셉트는 하나씩 바꿔나가면 될 문제이긴 하나 제일 중요한 것은 강호동의 캐릭터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상대방의 기까지 살려주는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은 전체가 있어야 빛이 난다. 1박 2일에서도 찢어져서 갈 때보다 함께 갈 때 더 재미있었던 것처럼, 무릎팍도사에서 도사들을 휘두르는 것처럼 ‘맨발의 친구들’에서도 팀을 쪼개서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했어야 했다.

예능 초짜인 윤시윤이 가장 화이팅 넘치게 맨발의 친구들을 주도했다는 것 자체가 강호동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능에는 모두 거의 초보나 마찬가지인데 예능의 고수 쪽에 속하는 윤종신과 유세윤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다른 멤버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맨발의 친구들’이 아직 1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2회째 방송되고 있는 맘마미아보다 뒤쳐지는 상황이다. ‘진짜 사나이’하면 군대이야기, ‘1박 2일’하면 국내여행, ‘런닝맨’하면 게임이듯, ‘맨발의 친구’에도 딱 떠오르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해보였다. 국민MC의 양대 산맥인 유재석-강호동 라인을 구축한 일요일이 좋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으나 ‘아빠 어디가’의 윤후와 ‘진짜 사나이’의 샘해밍턴에게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과연 경쟁 프로그램의 수장이었던 강호동을 데려가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요일 예능 삼파전을 이겨낼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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