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째인가. 일요일 밤에 MBC를 보지 않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일요일 예능의 왕좌 자리를 되찾고 있는 일밤. ‘아빠! 어디가?’로 포문을 열더니 샘 해밍턴을 앞세운 '진짜 사나이'로 KBS와 SBS에 수년간 빼앗겨 왔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MBC '진짜 사나이'는 SBS ‘런닝맨’, KBS2 ‘1박 2일’과 동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어제 처음으로 방영됐다.

연예인들이 1주일간 병영생활을 실제로 하고 관찰 촬영으로 24시간 리얼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방식이다. tvN의 푸른거탑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려와는 달리 푸른거탑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였다. 푸른거탑은 시트콤에 가깝고 '진짜 사나이'는 리얼 다큐에 가깝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진화한 요즘 트렌드 리얼 다큐는 일정한 환경 아래 놓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촬영하여 진정성 있는 재미를 뽑아내는 새로운 장르이다. ‘나 혼자 산다’, ‘인간의 조건’이 대표적인 리얼 다큐라 할 수 있다. ‘진짜 사나이’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 아래 놓고 24시간 촬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출연 연예인들의 신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방위 출신인 김수로로 인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이는 '진짜 사나이' 초반에 해명됐다. 폼생폼사인 김수로는 부사망 독자로 6개월 방위 생활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이에 대해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편한 비판이 사라지고 나니 ‘진짜 사나이’의 진짜 재미가 나오기 시작했다.

훈련소에 하루 동안 입소하여 짧게 훈련소 맛을 보고, 나머지 6일은 자대 배치를 받아 군생활을 하는 것이다. 군대를 이미 다녀온 서경석과 류수영, 손진영을 보면서 많은 예비역들은 악몽이 실제로 일어났음에 경악했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달렸던 악몽이 군대 두 번 가는 꿈. 서경석은 군대 가는 장면을 연예가중계에서 생중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들어가다니 1주일뿐이라도 끔찍하다. 그것만으로 대한민국의 예비역 마음은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복병이 등장했다. 외국인인 샘 해밍턴. ‘진짜 사나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아니 ‘진짜 사나이’의 영웅인 샘 해밍턴은 고문관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고 이름이 길어서 관등성명을 대기도 힘들었다. 또한 명령에 바로 따라야 하는데 어려운 한국어가 나오다보니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샘 해밍턴의 모습이 배꼽을 잡게 했다. 고문관이 외국인이라니.

샘 해밍턴의 재치와 능숙한 한국어가 더 재미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204변훌령병샘해밍턴이라는 관등성명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발음이었다. 또한 독사 조교가 나가고 나자 자신에게 잘해야 외국여자도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서는 이게 과연 외국인이 하는 말인지, 한국인이 하는 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샘 해밍턴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그러나 약간은 굼뜨고 어리바리한 샘 해밍턴, 고문관으로 제격인 캐릭터인 것이다. 상명하달식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얼어있지만 동기와의 수평적 관계에서는 그의 입담이 유감없이 발휘되기 때문에, 고문관 역할은 물론 배우와 가수의 이상한 조합으로 어색한 기류를 풀어주며 화합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일 기대되는 것은 마지막 날 군대에 적응한 샘 해밍턴의 모습이다. 고문관으로 어리바리했지만 마지막 날에는 아마도 군대에 적응하여 말년병장 같은 포스가 흐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외국인이 침상에 널부러져 TV 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말 웃길 것 같다.

이미 군대를 다녀온 서경석과 류수영, 손진영의 예비역다운 모습도 기대된다. 아무리 군기를 잡으려 해도 절대로 잡히지 않는 예비역으로서의, 민방위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류수영과 독사의 미묘한 신경전은 마치 예비군 훈련장에서의 모습이 교차되어 진정성에 있어서 더 와 닿았다. 서경석의 7kg 감량도 예비역으로서 여유로운 농담이 아닐까 싶다. 손진영의 고문관 행세(?)도 그런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 말입니다"는 짬이 좀 차야 사용하는 말이니 말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요즘 트렌드는 "진정성"이고, 이것이 예전보다 더 심화되었다. 그래서 우결 같은 프로그램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밤은 양손에 무기를 모두 쥐게 되었다.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조합이면 해피선데이는 이미 넘어섰고, 곧 합류할 강호동의 맨발의 친구들과 유재석의 런닝맨을 둔 일요일이 좋다를 넘어설 수도 있는 막강한 라인업이다.

대한민국 예능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강호동과 유재석으로 라인업한 SBS와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악몽 같은 군대 두 번 가기 프로젝트인 ‘진짜 사나이’ 중 어떤 프로그램이 더 인기를 얻을지 일요일 밤이 더욱 기다려진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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