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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쇠고기 파동을 잊은 미국[기고]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승인 2008.06.20 13:06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독점적 상업자본의 폐해가 절정에 달했다. 노동착취가 더욱 극심해져 대도시에서는 이민자들이 걸인신세로 전락했고 각종 전염병이 창궐했다. 독점이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신흥부호들은 고급저택을 서화와 골동품으로 치장하고 호화판 연회를 열며 유럽 귀족을 흉내 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그 시대를 ‘도금시대’(gilded age)라고 명명할 정도였다.

하지만 언론은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외면한 채 상업적 이익에만 탐닉했다. 그때도 뜻있는 언론인들이 있어 부패언론을 고발했다. 언론비리를 탐사보도의 대상으로 삼아 월간지에 게재한 다음 단행본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탐사보도의 화신인 업톤 싱클레어는 그의 저서 ‘브라스 체크’를 통해 매춘언론이란 말로 공중에 봉사하지 않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을 매도했다. 

   
  ▲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 ⓒ송선영  
 
당시 디오드르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들을 혐오한 나머지 추문이나 폭로한다며 muckraker라고 불렀다. 거름이나 뒤지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바로 그 추문폭로가인 업톤 싱클레어가 1906년 ‘정글’(The Jungle)을 펴내자 곧장 베스트셀러가 됐다. 도축장의 비인간적인 노동착취와 비위생적인 도살과정을 고발한 소설이다. 미국사회는 열악한 노동환경보다도 절망적인 도살실태를 알고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시카고는 세계최대의 도축지역이었다. 노동자만도 4만명에 달했다. 도축된 쇠고기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유럽으로도 수출되었다. ‘정글’에는 역겨운 내용들이 넘쳐난다. 병든 소도 마구 도살한다, 썩은 냄새를 없애려고 화학약품을 쓴다, 쇠고기 통조림에 라벨을 멋대로 붙인다, 도살대 위에다 용변을 본다, 소똥 범벅인 통로로 질질 끌려간 소는 똥 투성이다, 등등 생생한 묘사가 말이다. 

그리고 먼지와 톱밥이 가득한 바닥에 고기를 팽개친다, 고기를 짓밟고 침을 뱉는다, 고깃덩어리가 쌓인 창고에서는 핏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쥐떼가 득시글거리며 쥐약과 쥐똥이 널려 있다, 쥐도 쥐약도 쥐똥도 고깃덩어리에 쓸려 가공기계로 빨려 들어간다, 등등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내용은 육류가공탱크에 떨어진 일꾼들이 고기와 함께 갈려서 팔려나갔다는 대목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정글’을 읽어보라며 성난 여론이 빗발쳤다. 싱클레어 자신도 저서를 보냈다. 루즈벨트는 심복 두 사람을 보내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두 조사관은 사실을 확인하고 ‘혐오스럽다’는 표현으로 결론을 맺었다. 도축-가공업자들이 말끔히 치울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말이다. 다만 사람이 섞여 들어갔다는 대목만은 실증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루즈벨트는 수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보고서를 공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분적인 내용은 흘렸다.

미국사회의 분노가 그해 ‘육류검사법’과 ‘청결식품의약법’을 탄생시켰다. FDA(식품의약청)도 이법이 모태가 되어 태어났다. 그러나 막상 싱클레어는 법제정을 거부했다. 통조림 유효기간 표시를 규정하지 않고 연간 300만 달러의 검사비를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법제정을 반대한 도축-가공업자들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 이들의 말을 빌려 도축장이 가정집 부엌만큼이나 깨끗하다고 떠벌리던 언론도 큰 몫을 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13일자에 고정기고가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 ‘광우병’(mad cow disease)에 빗댄 ‘악우병’(bad cow disease)이란 글이다. 어째서 미국이 ‘정글’로 되돌아가느냐고 물으며 신뢰를 잃어가는 미국의 식품정책이 외교정책의 위기로까지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2003년 광우병 발병 당시 농림부 장관은 축산업자 로비스트였던 앤 빈만이었다. 골수 보수세력인 부시 정권이 축산업자와 손잡고 식품 안전성에 관한 규제를 무력화시켜 외교마찰을 빚고 해외시장도 잃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 축산업자가 자율검사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이마저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정글’ 이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이 나라 집권세력은 국민건강을 아랑곳 않고 미국의 축산업자를 두둔하는 말만 골라서 뱉는다.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미친 소 반대는 반미, 친북, 좌파라고 쌍나팔을 불어댄다. 국민의 분노가 밤마다 촛불의 물결을 이루나 그 뜻은 들은 척도 않는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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