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짝이 만일 최상의 짝이 아니라면? 짝이 곁에 있음에도 당신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매력적인 이성이 곁에 다가온다면 지금의 짝과 이상적인 이성 중 누구를 택할 것인가? <로마 위드 러브>에는 네 종류의 에피소드가 각기 다른 풍미로 관객을 찾아온다. 그 중 두 에피소드가 바로 ‘선택’과 관련한 문제다. 지금 나에게는 짝이 있건만 매력적인 이성이 다가오는 난감한 사태 말이다.

신혼의 단꿈에 퐁당 빠진 밀리와 안토니오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로마에서 틀기로 작정하고 지방에서 올라온다. 그런데 로마의 지리를 아직은 잘 모르는지라 아내 밀리는 복잡한 로마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만다. 휴대폰은 하수구로 빠뜨리고 마니, 남편과도 연락이 두절된 셈. 이때 밀리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중년의 영화배우가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을 우연히 구경하게 되고, 밀리는 이 영화배우로부터 호감을 얻어 식사를 같이 한다.

문제는 이 영화배우가 밀리와의 점심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호텔방에 들어선 영화배우는 밀리에게 갑자기 열렬한 구애를 시작하더니 동침을 요청한다. 평소 같으면 이런 불쾌한 제안을 한 방에 거절하겠건만 연모하던 영화배우이기에 밀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남편과의 정조를 지키느냐, 아니면 연모하던 영화배우와의 달콤함이냐 하는 선택이다.

선택의 문제는 남편 안토니오에게도 다가온다. 아내가 사라진 안토니오의 방에는 아내 밀리 대신 로마의 대표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 분)가 들이닥친다. 고객이 안토니오가 아닌 다른 사람이건만 안나가 안토니오를 고객으로 착각해서 벌어진 시추에이션이다. 밀리와 안토니오 부부에게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영화배우와 로마 대표 콜걸이라는 매력적인 이성이 각기 다른 곳에서 다가올 때 이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선택의 문제라는 화두는 밀리와 안토니오 두 사람에게만 다가오는 건 아니다. 건축학도 잭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런데 애인은 친구 모니카(엘렌 페이지 분)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남자에게 요청한다. 모니카는 남자의 마음을 빼앗는 데엔 선수인지라 여자는 남자친구가 모니카에게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를까 걱정하면서도 친구를 위해 남자친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과연 모니카는 여자친구의 우려대로 남자친구의 마음마저 훔칠 하트브레이커일까? 잭과 모니카 두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문제 역시 밀리와 안토니오의 경우처럼 선택의 문제와 직결된다. 여자친구와의 믿음을 끝까지 지킬지, 아니면 여자친구가 우려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모니카를 선택할 것인지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라는 낯선 땅에서 벌어지는 러브 시추에이션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지만 선택의 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바로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있어주는 짝을 끝까지 믿고 이성의 유혹을 거절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짝보다 다가오는 이성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최상의 이성인지라 지금의 짝을 저버릴 것인가 하는 선택에 대한 문제이다. 만일 신의가 아닌 선택을 한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짝이 아닌 매력적인 이성을 선택한다면 과연 그 선택이 지금 눈앞에 있는 최상의 이성이 뿜어내는 페로몬에 취한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묻기도 하는 영화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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