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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죄다 '창조경제'?[기자수첩]설명 들을수록 모호한 개와 늑대의 경제
김완 기자 | 승인 2013.04.03 07:56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 정책 아젠다를 만든다는 것은 명료성에 기대기 위해서다. 경제라는 복잡다단한 체계를 최대한 간결한 슬로건으로 집약시켜, 최대한 대중적인 지침과 지향으로 번안해 국가적 차원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역대 정부의 아젠다들은 모두 이 법칙에 충실했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김대중 정부의 ‘IMF극복’,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허브’,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까지 쉬워서 좋다. 쉬운 것이 옳다는 게 아니라 이런 명료성이 없다면 아젠다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해석을 둘러싼 투쟁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아젠다로서의 기능과 의미를 잃는다.

정부 입장에선 모든 것이 경제다. 작게는 상하수도 공사부터 크게는 중장기 단위의 국가 비전까지 무엇 하나 경제가 아닌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아젠다로 경제를 집약한다는 것은 가장 핵심적이고 중대한 정체성과 방향을 표방하기 위함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아젠다는 ‘창조경제’다. 그런데 지금 이 ‘창조경제’가 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설명할 수 있는 이도 손에 꼽히지만, 심란한 것은 설명하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 창조경제 4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윤종록 ICT전담차관.(왼쪽부터) 그러나 이들 모두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다르다. ⓒ뉴스1

지난 1일 인사청문회에 나온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사리 설명하지 못했다. ‘창조경제’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의 집행 부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부처의 장관조차 아직 ‘창조경제’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창조경제에 대해 “문화와 과학기술 그리고 ICT 기술이 창조경제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과학기술과 ICT기술이 다른 산업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이런 발언은 정작 소리만 요란할 뿐, 창조경제의 무엇도 구체적으로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자리가 청문회다보니, 야당 의원들의 타박이 이어졌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최 후보자의 설명을 듣곤 “창조경제란 공부를 잘하려면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김한길 의원은 “다음엔 개념과 부처 정책 지향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선교 위원장조차 “알아듣기 쉽도록 준비해서 다음에 답변하라”고 말했을 정도다.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이는 비단 최 장관 후보자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전자신문이 비교적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벤처기업협회·이노비즈협회·여성벤처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9%만이 창조경제 개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약간 이해한다’는 응답이 63.5%를 차지해 어느 정도 개념은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역시 창조경제를 모두가 제각각 이해하고 있단 의미와도 같은 것일 수 있다. 국가 단위 경제 아젠다에 대해 이렇게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은 초유의 일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창조경제의 출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들이 있지만, 그 입안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과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이 했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창조경제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2일 MBC라디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온 김광두 원장은 창조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물쭈물했다. 인터뷰 사이로 ‘창조경제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의 추임새를 넣어줘야 할 것 같은 조바심마저 들었다. 김 원장이 ‘근혜 노믹스의 전도사’ 혹은 ‘창조경제 전도사’로 불리는 인물이란 점을 감안하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김 원장의 라디오를 들은 어떤 이들은 김 원장이 칠판 앞에서 2시간 넘게 '창조경제'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단 점을 꼽으며 "칠판이 있다면, 아마도 설명할 수 있지 않겠냐"고 조소하기도 했다.

김 원장이 설명하는 창조경제는 “단순히 융합형 과학기술이 아니라 ‘투 트랙’으로 봐야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굳이 개념화하자면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로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 사업화 하는 것”이다. 이는 앞선, 최 후보자의 설명과도 대략 문맥적으로 같은 얘기이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구체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얘기다.

김 원장과 최 후보자의 발언대로라면 영역과 직군으로 나뉜 산업을 하나로 바라보는 관점이 창조경제인 셈인데, 이 통합적 관점에서 발생하는 아이디어를 다시 기존의 산업에 장착해 새로운 산업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이고 이 총합적 결과로 드러나는 모든 경제적 효과 또한 창조경제(혹은 근혜 노믹스)라고 부를 수 있단 얘기다. 이쯤 되면 창조경제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것이며 어떤 것을 통해 모든 것을 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나마 김 원장과 최 후보자의 설명은 맥락적 유사성이라도 있지만, 또 다른 창조경제 제안자이자 실제 ICT산업을 총괄할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윤 차관은 차관 임명 전 한 강연에서 창조경제의 원형이 ‘이스라엘 후츠파’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슴없이 질문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후츠파(Chutzpah)정신”이 바로 창조경제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묻고 토론하는 문화”를 강조했다는 윤 차관은 “유태인을 압도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진 이들은 한민족 뿐”이라는데서 창조경제의 본질을 설명했다고 하니 이건 또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정리해보면, 미래부 장관 최문기에게 창조경제란 서비스와 솔루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융합 경제다. 경제부총리 현오석에게 창조경제란 융합형 선도형 경제다. 반면, 창조경제를 입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에게 창조경제란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선순환되며 실물·금융자산보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되는 경제”다. 또 다른 제안자인 윤종록에게 창조경제란 “이스라엘 후츠파 정신을 원형으로 한 선도 창의형 경제”다. 이 개념 정리를 놓고 김광두는 현오석과 최문기의 시각이 부분적이라고 하고, 주무 부서의 장차관은 서로 약간 다른 얘기를 한다. 경제부총리는 또 이해가 조금 다르다.

아무런 명료성도 없는, 그래서 관료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발생하고 주체들 사이에서 해석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는 국가 아젠다를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창조경제의 모호함 속에 박근혜의 경제가 무엇을 지향하는 지는 오리무중이고 개와 늑대의 시간마냥 알수 없음의 위기만 짙어지고 있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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