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봄 개편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사 다큐 프로그램의 제작사가 KBS 측에 ‘하차’ 의사를 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주 토요일 밤 8시에 방영 예정인 <다큐극장>(이전 가제 <그때 그 순간>)은 △기획 및 편성을 비밀리에 진행 △제작 실무진 의견 미반영 △현대사 상당부분인 ‘박정희 시대 미화’ 우려 △외주제작사 제작 등으로 안팎으로 반발이 일었다. 하지만 사측은 일선 PD들과 새 노조 등의 비판에도 “공정하게 (현대사 아이템을) 다루겠다”며 개편 강행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다큐극장>의 제작을 맡은 외주사 측은 지난달 26일 외주제작국에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다. 8일 봄 개편 시행을 2주 가량 남겨둔 시점이다.

▲ KBS 봄 개편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다큐 극장'(기존 가제 '그때 그 순간')의 I 외주사가 지난달 26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뉴스1

이 외주사는 10월 유신, 새마을운동, 육영수 피습, 윤이상, 신상옥&최은희 등 박정희 시대와 관련성이 높은 아이템을 다룰 예정이었으며, 특히 기획안에는 10월 유신이 ‘불가피했다’고 묘사돼 ‘박정희 시대 미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한 이 외주사의 실질적 대표로 지목되는 J씨가 2005년 <수요기획>에서 허위 내용을 방송해 퇴출된 전력도 있어 KBS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길환영 사장(KBS 공채 8기)의 1기수 후배였던 J씨(공채 9기 출신)는 KBS에 보낸 글에서 “저희 제작사는 이번 ‘현대사’의 기획사였고 정당한 공모절차를 통해 정규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현대사’ 제작에서 자진 하차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저희 제작사에 대해 제기됐던 불신과 돌팔매는 이제 거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심하게 분열하여 대립하고 있다. 저는 그 이유가 우리 사회가 지난 5-60년의 역사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며 “지난 60년의 역사를 함께 생각하며 화해하길 바랐고, 그 역할을 KBS가 해야 될 일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J씨는 “저는 지난 일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한다.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부주의했고, 일부 과장된 표현을 방치했고 그 책임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로 인한 오랫동안의 불명예는 이제 적극적으로 씻어내고 싶다. 이번 ‘현대사’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그것을 해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무래도 또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PD로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며 “소통과 갈등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저희 제작사가 있음으로 인해 오히려 소통을 막고 갈등을 키우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도리가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공채 8기인 길환영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외주사 선정에 개인적 친분을 이용했다면, 종편 편성을 얻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편 시행을 코 앞에 두고 <다큐극장> 제작을 담당하는 외주제작사 2곳 가운데 한 곳이 하차하면서, <다큐 극장>이 정상적인 방영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회사 쪽은 (하차한 외주사가) 준비하고 있던 아이템 2편이 어떤 식으로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나머지 외주사의 인원을 늘려서 방송할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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