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 한 번에 섭렵한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나인이다. 주말동안 단숨에 6회까지 몰아서 보았다. tvN에서 방영 중인 나인은 9번의 시간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네팔을 배경으로 한 나인은 보통 드라마가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이색적인 배경은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히말라야라는 신비함은 궁금증을 만들어내었다. 특히 호수에 비친 눈 덮인 히말라야의 모습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오래도록 인상에 남을 장면이었다.

나인은 지상파에서 방영했다면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이다. 특히 월화드라마에 들어갔다면 현재 볼 드라마가 없어서 보는 야왕을 뛰어넘고도 남을 수작이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특히나 이진욱을 새롭게 볼 수 있었는데, 잘 생긴 외모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그 겨울의 조인성보다 이진욱의 연기가 더 낫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드라마는 향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인 박선우의 형인 박정우가 네팔에서 죽었는데 시신을 수습하러 갔다가 형이 왜 네팔에 갔는지 알아가는 과정 중에 죽기 전까지 잡고 있던 향을 발견하게 되고, 그 향을 통해 2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주인공 박선우 역시 뇌종양으로 인해 몇 달 살 수 없는 처지, 자신의 가정을 파괴한 최진철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었다.

9개의 향을 갖게 된 박선우는 향을 피워 20년 전으로 돌아가면서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들은 넘고 만다. 죽었어야 하는 형을 과거로 돌아가 살리고, 자신의 애인은 조카가 되는 등 원래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점은 시간 여행은 향을 피우는 그 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20여분의 시간 안에 모든 여행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확히 20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 시간까지 정확하게 말이다. 장소도 같은 장소여야 한다. 집에서 향을 피우면 20년 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건도 가져갈 수 있고, 가져올 수 있다. 20년 전 자신의 몸에 닿아있는 모든 물건은 소환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삐삐를 가져왔고, 나중에는 각종 첨단 장비들을 챙겨서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떠나게 된다.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를 건드려서 인생이 꼬이는 경우에도 향과 박선우의 기억은 그대로이다. 더불어 친구인 한영훈의 기억도 그대로이다. 아마도 향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형을 살리고, 아버지를 살리려 하지만 가족을 파탄시킨 장본인이 최진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경우 꼬여버린 인생을 어떻게 다시 풀지 그것이 나인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오늘 방송에서 결과가 나오겠지만, 최진철이 박선우의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르지만 방화를 저지른 이는 결혼을 반대하던 형 박정우가 아닐까 싶다. 다시 살아난 형을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를 물어 혼란에 빠뜨리게 할 수도 없으니 이 시간여행의 퍼즐은 점점 복잡해지고 만다.

지금까지 이런 콘셉트의 드라마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나인이 재미있는 이유는 간단한 설정만으로 다양한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향을 피워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만 잡아 놓았을 뿐인데 거기서 심리와 러브라인, SF가 다 나온다. 월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야왕이나 새롭게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때문이 아니라 나인 때문이다. 케이블의 반란, 나인이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매우 기대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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