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벋고 있는 강동희 전 프로농구 원주동부 감독이 기소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검사)는 29일 돈을 받고 프로농구 경기의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강 전 감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승부조작 대가로 강 전 감독에게 돈을 준 혐의(상습도박 등)가 있는 브로커 최 모씨와 전 프로야구 선수 조 모씨 등 2명과 브로커를 통해 강 전 감독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김 모씨도 기소했다.

▲ 3월 29일 오전 의정부지검에서 황인규 차장검사가 강동희 전(前) 프로농구 감독 승부조작 수사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의정부 지검 황인규 차장검사는 브리핑에서 "강동희 전 감독이 첫 번 째 경기에 대한 수뢰를 인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경기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며 "전주와 브로커가 강 감독에게 다른 경기도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강동희 감독과 브로커 모두 똑같이 인정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강 전 감독은 돈을 받은 것에 대해 인정했다. 첫 경기는 700만 원이고 두 번 째와 세 번 째는 1500만 원,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1000만 원이다. 그러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결국 검찰이 자백을 받아낸 강 전 감독의 조작 내용은 2011년 2월 26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있었던 원주동부와 서울SK의 경기 1쿼터의 경기내용을 조작해주는 대가로 700만원을 받은 부분에 불과한 셈이다.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도 이 부분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같은 검찰의 발표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검찰의 발표가 ‘승부조작’이라는 혐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경기내용 조작’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일단 어느 쪽이든 나쁜 짓임은 분명하니 넘어가기로 한다.

그렇다면 강 전 감독이 조작을 인정한 경기를 돌이켜보자. 당시 강 전 감독은 SK를 상대로 비주전 선수 4명을 스타팅멤버로 기용했다. 분명 의도적 조작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비주전을 4명이나 출전시킨 동부가 SK에 20-15로 앞섰다.

1쿼터 경기내용에 베팅을 하는 상황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했던 동부가 비주전 선수를 4명이나 출전시켰다면 당초 동부쪽의 우세에 돈을 건 사람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SK에 돈을 걸었던 사람들은 크게 이득을 볼 상황이었지만 경기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동부가 주전선수들을 내보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 전 감독이 비주전 선수들 4명을 기용했을 때 불법 베팅에 참가한 사람들이 어떤 결과를 기대했는지, 조작이 개입되어야 하는 배팅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초 기대했던 내용과 달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짐작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 전 감독의 수뢰 자백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가 돈을 받은 사실이 있고, 비주전 선수 4명을 기용한 그 자체로 모든 범죄성립의 요건을 충족시키고 나아가 유죄판결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 ⓒ연합뉴스
특히 다른 선수나 감독이 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검찰은 그런 정황이 없으며 감독 혼자서 승부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결국 이 부분은 강 전 감독이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하기도 하고, 감독 혼자 경기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입증 가능성이 불투명한 정황증거에 불과하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겠지만 검찰에게 더 확실한 그 무언가는 없어 보인다.

강 전 감독이 수뢰를 인정했다는 경기가 받은 액수가 가장 적은 경기였다는 점 역시 석연치 않다.

단돈 700만원에 강 전 감독이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그것도 경기 1쿼터에만 조작에 가담했을까? 동기가 분명치가 않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강 전 감독이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거절을 했음에도 돈을 받아 쓴 이유나 그 돈의 용처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 전 감독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 한 마디를 믿은 나머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수사내용이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상황임에도 검찰이 호기롭게 강 전 감독을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강 전 감독의 자백 밖에는 크게 믿을 게 없어 보이는 상황이지만 검찰이 이처럼 자신감 있게 나오는 것을 보면 강 감독 측과 사전에 모종의 커뮤니케이션 내지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갖게 한다.

강 전 감독이 가장 단가가 싼 경기조작에 마지못해 가담한 것으로 인정하면 형량에서 배려를 해주고 더 이상의 수사 확대를 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종결 짓는 수순으로 가는 내용의 거래를 충분히 추측해 볼 수 있다.

모든 것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검찰이 당초 엄청난 승부조작 스캔들을 잡아낸 것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던 데 비해 현재 상황은 그 내용이 무척이나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검찰이 강 전 감독의 자백에 의존한 700만 원짜리 경기조작 자백만으로 법정에서 강 전 감독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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