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는 이병헌에게 있어서 할리우드에서의 입지를 굳히게 한 인상 깊은 블록버스터였다. 아시아에서는 최정상의 스타였다고 하나 할리우드에서는 낯선 동양인 배우에 지나지 않았던 이병헌은 <지. 아이. 조> 한 편으로 미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얼굴 반열에 올라섰다.

그 이후 지난 28일 국내 개봉한 <지. 아이. 조2>에서 전편에 비해 훨씬 늘어난 스톰 쉐도우 분량은 할리우드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이병헌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킨다.

애초 <지. 아이. 조>에서 이병헌이 맡은 스톰 쉐도우는 쉐도우 이름에서 드러났듯이, 악의 편에서 영웅을 위협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작품 첫 출연임에도 악당 캐릭터마저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그 결과 스톰 쉐도우는 <지. 아이. 조2>에서 단순 악당을 넘어 각자 필요에 의해 스네이크 아이즈와 협력 관계를 이루는 극적인 캐릭터로 승격되기에 이른다.

브루스 윌리스라는 할리우드의 영원한 마초가 <지. 아이. 조> 군단에 새로 합류하였지만, 전작의 성공을 이끌었던 채닝 테이텀의 이른 퇴장은 개봉 전 <지. 아이. 조2>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었다. 하지만 <지. 아이. 조2>에 있어 채닝 테이텀의 부재보다 심각한 것은 알맹이는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 전개다.

다소 유치한 내용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몰입도 있었던 흥미진진한 1탄에 비해, 개연성은 물론 재미마저 부족했던 <지. 아이. 조2>는 막대한 물량 공세에도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다만 간간히 등장하는 스톰 쉐도우와 절벽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고공 액션 씬, 그리고 막판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임한 듯한 폭파 씬만이 잠시나마 쾌감을 안겨주었다.

애초 내용이 아닌 액션으로 승부하는 블록버스터이라고 하나 도무지 설득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한 원동력은 배우 이병헌에게 있었다. 밋밋한 캐릭터만 즐비한 <지. 아이. 조2>에서 그나마 최고의 매력적인 역할을 뽑자면, 단연 스톰 쉐도우다.

스톰 쉐도우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은 다소 불친절하게 설명된다. 그럼에도 이병헌은 회한이 가득 찬 눈빛 하나만으로 스톰 쉐도우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블록버스터에서도 A급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이병헌의 연기는 제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영화 자체보다도 스톰 쉐도우 이병헌에 집중해서 본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오락물로 기억될 듯하다.

한 줄 평: 영화보다 기억 남는 이병헌 눈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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