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을 기다려지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바로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이다.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의 공통점은 파일럿으로 시작했다가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처음에는 실험적으로 시작했지만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조건은 개그맨으로 구성되었다. 개그콘서트의 대세들로 구성되었지만, 예능의 법칙 중 개그맨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기 위해 개그콘서트에서 하차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기도 했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김준호를 향해 꽁트하지 말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개그맨들의 버라이어티 부진을 살펴볼 수 있다.
개그맨들은 개그콘서트의 상황에 익숙하다보니 항상 아이디어를 짜서 무언가 가공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개그맨들에게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대본은 존재한다.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인데, 개그맨들로선 의도적으로 오버스럽게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었을 거다.
나 혼자 산다는 한술 더 떴다. 인간의 조건이 6명이 합숙하는 형태라면 나 혼자 산다는 7명의 솔로 남자들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사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이는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자취를 해 보았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냥 집에서 각자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 사람들이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역시 어떤 대본이나 설정도 없이 최소한의 미션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는 아빠 어디가의 순수함이 리얼 버라이어티인 남자의 자격을 넘어서는 시대가 왔다. 이성재의 말처럼 남자의 자격이 밀린 것이 아니라 떠날 때가 되어서 떠난 것이다. 트렌드가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5~6년 전 리얼 버라이어티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당시에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밀어냈다. 그리고 지금 예능에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어깨에 힘을 더 뺀 리얼 다큐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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