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을 기다려지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바로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이다.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의 공통점은 파일럿으로 시작했다가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처음에는 실험적으로 시작했지만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조건은 개그맨으로 구성되었다. 개그콘서트의 대세들로 구성되었지만, 예능의 법칙 중 개그맨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기 위해 개그콘서트에서 하차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기도 했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김준호를 향해 꽁트하지 말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개그맨들의 버라이어티 부진을 살펴볼 수 있다.

개그맨들은 개그콘서트의 상황에 익숙하다보니 항상 아이디어를 짜서 무언가 가공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개그맨들에게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대본은 존재한다.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인데, 개그맨들로선 의도적으로 오버스럽게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었을 거다.

그런데 인간의 조건에서는 1주일간 같이 살면서 최소한의 미션만 던져준 채 그냥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오랜 시간 카메라와 함께 지내다보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은 어깨에 힘을 빼고 노래를 해야 멀리 퍼지는 고음이 나온다고 누차 강조한다. 이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원리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될 것도 안 되는 것이 이치다. 인간의 조건은 어깨에 힘을 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설정이 있어야 하고, 대본이 있어야 하고 의도된 리엑션과 상황이 있어야 한다는 방송의 조건을 빼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얻어냈고, 인간의 조건에 나오는 상황에 공감하게 만든 것이다.

나 혼자 산다는 한술 더 떴다. 인간의 조건이 6명이 합숙하는 형태라면 나 혼자 산다는 7명의 솔로 남자들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사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이는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자취를 해 보았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냥 집에서 각자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 사람들이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역시 어떤 대본이나 설정도 없이 최소한의 미션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지개 회원들이 번개를 제안하게 된다. 방송에 대한 부담감이 많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유재석에게 분량 잔소리를 많이 들은 노홍철은 방송 분량을 위해 번개를 제안하지만, 데프콘은 오랜만에 주말에 집에 있는데 밖에 나가는 것이 싫다은 표현을 한다. 모든 멤버들이 번개에 가기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되지만 집에서 TV를 보면서 쉬는 것이 모든 직장인들이 바라는 주말의 평온한 모습일 것이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연예인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옆집 사람 같은 느낌을 같게 된다. 특히 이성재나 김광규의 방구는 리얼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대본에 있다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냥 살아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어필된 것이다.

이제는 아빠 어디가의 순수함이 리얼 버라이어티인 남자의 자격을 넘어서는 시대가 왔다. 이성재의 말처럼 남자의 자격이 밀린 것이 아니라 떠날 때가 되어서 떠난 것이다. 트렌드가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5~6년 전 리얼 버라이어티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당시에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밀어냈다. 그리고 지금 예능에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어깨에 힘을 더 뺀 리얼 다큐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