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北의 해킹 협박’ 5일후 동시다발 사이버테러>라는 기사를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싣는 과정에서도 고위층 별장 성접대에 김학의 법무부차관이 연루되었다는 기사를 1면 하단에 실었다. 11면에서는 상세보도가 나왔다.

▲ 오늘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오늘자 조선일보 11면 기사

김학의 차관은 임명 당시부터 대체로 신임 고검장급을 임명해온 법무차관에 고검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고참급이 왔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황교안 법무장관의 고등학교 1년 선배면서 사시 기수로도 1년 차이 밖에 안 나는 후배라는 점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로 평가받았다. 검찰 출신들을 법무부에 배치해 검찰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하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 내사가 아직 종결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조선일보가 공세적으로 신원을 밝히는 보도를 하면서 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인사 문제의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동아일보 역시 공세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동아일보는 기타 언론과 달리 1면 탑에 경찰 내사 관련 보도를 배치하는 ‘패기’를 보였다. 이어서 4면에서 동아일보는 일부 유력인사들이 문제가 된 별장에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난교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을 다뤘다.

▲ 오늘자 동아일보 1면 기사
▲ 오늘자 동아일보 4면 기사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은 역시 보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경우 이 사건이 1면에 배치된 비중도 보수언론보다 작았고 기사 내용도 새로운 사실을 폭로한다기 보다는 내용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정도였다. 한겨레는 11면에 간단한 기사를 덧붙였고 경향신문은 그래도 6면의 전부를 관련 기사를 쓰는 성의를 보였다. 애초에 한겨레의 단독보도로 시작된 이 정국이 보수언론이 주도권을 잡는 형국으로 흘러가는 데에는 보도의 선전성 문제에 대한 진보언론의 나름의 판단이 개입해 있다는 시선이 많다.

▲ 오늘자 한겨레 10면 기사

▲ 오늘자 경향신문 6면 기사

경찰출입 경험이 있는 한 일간지 기자는 이 사건의 전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실 경찰 내사가 언론보도가 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내사가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는 단계라면, 수사는 혐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것을 입증하려는 행위다. 즉 내사와 수사는 차원이 다르며 내사단계의 일을 경찰이 흘리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언론사에서 내사의 냄새를 맡은 경우 경찰은 더 이상 내사를 진행하지 않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찰이 내사단계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경우 모종의 정치적 고려가 있거나, 검경 사이의 갈등이나, 경찰 내부의 파벌 투쟁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재는 하되 보도는 주저하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각 언론들이 달라붙어서 취재경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그야말로 영화 <부당거래>를 연상케하는 그런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인사검증 단계에서 번번이 드러난 현상이지만 종편보도와 맞물려 보수언론의 보도가 공익성을 가지게 되는 역설과 함께 공익성 이상의 선정성을 띄게 된다는 지점이 존재한다”고 비평했다. 종편보도와 맞물린 상업성이 보수언론으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에 더 비판적일 한겨레 경향신문에 비해서도 성접대 문제에 대한 공세적인 보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언론의 성접대 문제가 일종의 추문으로 확대보도 되면서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문제가 더 비판받게 되는 상황은 그야말로 ‘종편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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