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강혜란 여성민우회 위원, 김광호 서울과기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조항제 부산대 교수, 한진만 강원대 교수,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강재원 동국대 교수, 윤석민 서울대 교수,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0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 오키드홀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 및 산정체계 개편방안’ 등 2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열었다. 사회는 KBS의 이사이기도 한 한진만 강원대 교수가 맡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나 수신료 현실화는 둘 다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단골 주제다. 특히 지난해 취임한 길환영 KBS 사장이 취임사, 신년사,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해 왔기에 수신료 현실화 논의에 큰 관심이 쏠렸다.

발제를 맡은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구매력 수준을 고려해도 국내 수신료는 해외의 1/10 수준이고, 공영방송이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이 아니라 광고수익에 의존하게 되면 공영방송이 사적재가 된다”며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종관 연구위원이 꼽은 수신료 현실화의 쟁점은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 수신료 인상 시점과 수준, 수신료의 사용 및 배분의 합리성,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 수렴의 적정성, 수신료 인상 절차 및 기구 등 5가지.

이종관 연구위원은 KBS의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수신료 산정의 기본 원칙과 방식 명문화 △수신료 제도 개선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 마련 △수신료의 결정 및 처리 기구를 KBS, 정부, 정치권과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 △수신료 결정 처리 관련 방송재정 분산 및 권한과 역할을 명시 △KBS 회계제도의 개선과 투명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회의 패널들도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가 광고가 아닌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하고,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수신료 현실화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각종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수신료 산정위원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수신료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는 약간씩 각을 달리했다.

강재원 동국대 교수는 “(수신료 현실화 등 공적 재원 마련은)공영방송의 비효율성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등 경영적인 측면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공영방송위원회를 만들어 경영현황을 평가해 적정 수신료를 결정하고, 결산뿐 아니라 예산 보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외국 사례는 추종할 것이 아니라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BBC나 유럽 공영방송들이 정상이고 우리가 비정상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 우리 기준 위주로 따져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신료가 조세가 아닌 특별부담금으로 돼 있는 것은 충분한 동의 없이는 인상이 어렵도록 ‘국민적 저항’을 가능케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수신료 현실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동의”라며 “KBS는 수신료 현실화 이후 공공성과 공익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과기대 교수는 “그간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정치 쟁점화된 경향이 있다”며 “수신료 결정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입법부와 행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위원은 “국민 대표성이 강조되는 다수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며 “수신료 징수 체계, 납부대상 개편 논의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 패널들은 선 수신료 현실화 후 공익성 보장과 선 공익성 보장 후 수신료 현실화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공익성 보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기울었다. 또한 그간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충분한 공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데 뜻을 모았다.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정치권의 동의를 구하려고 구애하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수신료가 공영방송 역할을 다했기에 주어지는 상금 형식이 돼선 안 된다”며 “공영방송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신료를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 기본이며, 그래야 공영방송에 대한 책임을 물 수 있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한편 공영방송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에서는 공영방송 이사의 자격요건 강화, 회의록 공개, 쟁점 사안에 대한 특별다수제 도입, 공영방송의 역할 및 책무를 명시한 공영방송법 제정, 공영방송 이사 수 확대, 정기 감사 실시 등의 제안이 나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