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버릇 개 못주는 것일까. 통신시장에서 ‘가입자 빼가기’로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KT가 야구단 창단을 준비하며 상도의에 어긋나는 ‘프런트 빼가기’로 물의를 빚고 있단 주장이 제기됐다. 박동희 야구전문기자는 네이버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프로야구 10구단 KT는 다른 구단 현직 프런트 빼오기에 혈안이 돼있다”고 폭로했다.

▲ 이석채 KT 회장(오른쪽)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0구단 KT-수원의 한국야구위원회(KBO) 신규회원 가입이 최종 승인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박 기자는 현재 야구계 분위기를 전하며 “더티 플레이만 따지자면 KT가 1위”라고 지적했다. 모 야구 구단 관계자는 KT의 창단과정에 대해 “말만 신생구단이지, 경력 32년의 ‘노회한 구단’”이라고 말할 정도다.

기존 구단들이 "KT가 상도의를 저버린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판단한 배경은 KT가 외부 헤드헌터(우수 인력 알선자)업체에 의뢰해 프런트 인선작업을 진행 중이며 다른 팀 현역 프런트를 빼오는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T의 창단 과정에서 대다수 구단의 프런트들이 ‘스카우트’ 전화를 받았으며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최고인 지방 모 구단 프런트와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프런트가 KT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기자는 “기존 프로야구계의 룰이나 상도의를 존중하겠다는 자세보단 물량공세를 펼쳐서라도 다른 팀 인재를 빼내와야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KT가 기존 프로야구단 뿐만 아니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양 원더스의 프런트까지 무차별적으로 영입한 상황은 대기업의 횡포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앞서 창단한 NC가 다른 팀 직원들을 빼오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으며 스카우트했더라도 해당 구단의 양해를 얻어 진행했던 것과 비교된다.

야구계는 KT의 ‘다른 구단 인재 빼가기’가 야구계의 상식적인 관행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비매너 행위”라는 입장이다. 박 기자와 인터뷰한 모 구단 단장은 “KT의 다른 구단 직원 빼가기가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지켜봐야한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KT는 “비난 받을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KT의 야구단 창단은 초대 사장과 단장 선임에서도 잡음을 빚고 있다. KT 야구단을 총괄하는 'KT스포츠‘의 초대 대표 이사에 권사일 전무가 내정됐고, 야구단 단장에는 홍보실에 있던 주영범 상무가 임명됐다. 프로야구와 전혀 인연이 없던 이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것으로 박 기자는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그 산업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 CEO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주영범 단장의 경우 이석채 회장의 대학 후배로 KT내 이른바 '이석채 라인'의 핵심 멤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가뜩이나 야구단 창단을 두고 ‘이석채 회장의 1인 지배 체제’를 드러낸 독선적인 추진과 결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KT가 야구단을 창단하며 통신 시장에서 보였던 ‘가입자 빼내기’ 구태를 연상케 하는 ‘인재 빼내기’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은 KT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는 야구단에 5천 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를 이사회는 물론 어떤 의사 결정 단계에서도 ‘복수 검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야구단 창단을 이석채 회장이 직접 지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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