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를 본 적이 있다. 드라마 속 강남 상위 1% 엄마들의 교육열은 완벽을 넘어 보는 이들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할 정도였다. 일부의 이야기이겠지만, 고작 5~6살 나이에 영어는 기본이요, 중국어, 스페인어까지 하고 있는 드라마 속 강남 상위 1% 아이들을 보다가, 돈 잘 버는 유명 탤런트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말도 깨우치지 못해, 아버지의 이름조차 이종혁이 아닌 '이조녁'으로 부르는 준수를 보니 그야말로 신세계(?)를 보는 것 같다.
많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순전히 아이다운 순수한(?) 면을 곱게 간직한 아이들 덕분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돌출 행동은, 리얼 예능을 표방하는 <아빠! 어디가?>의 든든한 자산이자 강력한 무기이다.
카메라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찍고 있지만, 아이들의 행동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지난 17일 방영한 '장보기 미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실 지난 17일에 방영한 부모 없이 버스타고 장보기 미션은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유치원생인 아이들에게 상당히 벅차고도 힘든 제작진의 '무리수'에 가까웠다.
돈 개념이 없어 버스 요금을 내는 것조차 난관에 부딪치던 준수-후 커플의 장보기는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 중간에 샛길로 빠지고 아빠들이 사오라는 양파, 파는 빼먹은 채 본인들이 먹고 싶은 과자와 음료수만 잔뜩 사와도 성동일의 농담처럼 파출소 안 가고,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아빠들이 있는 숙소로 와준 것만으로도 대견할 정도다.
장보기 미션이라기보다 준수와 후의 좌충우돌 제주도의 휴일을 연상시키던 데이트는 한 편의 명랑 만화 같다. 자신들을 찍는 카메라를 향한 의식은 눈곱만큼도 없이 힘들게 장을 보던 비닐봉지는 밖에 내동댕이 쳐놓고, 따뜻한 약국 안에서 뽑기로 마련한 장난감 조립에 열중하는 준수와 후는 그냥 영락없는 예닐곱 살 아이다.
이제 겨우 예닐곱 된 아이들이 어른들이 시킨 대로 버스 타고 제대로 장보는 것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하지만 사오라는 양파, 파는 사오지 않고 과자와 음료수, 거기에다가 장난감까지 데리고 온 준수-후를 본 아빠들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윤민수가 먹성 좋은 윤후의 식성을 활용하여 직접 해산물을 먹이면서 맛을 느끼게 하는 산 교육을 시켰다면, 이종혁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천천히 한 글자씩 힌트를 알려주며 아이가 이름을 직접 맞추게 기다리는 식이다. "너 나 좋아하나"하는 준수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한 지아의 대답에 기분이 좋아져, 문을 떨어트린 아들을 다그치기보다 재치 있게 상황을 요리조리 풀어내는 이조녁 아빠의 센스는 단연 돋보였다.
유난히 해맑은 준수-후의 미소를 바라보며 훗날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는다면 이조녁-윤민수 아빠처럼 키워야지 생각이 드는 요즘, <아빠! 어디가?>야말로 아이 키우기 겁난다하여 나날이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 시대 진정한 출산 장려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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