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파로티>는 그야말로 예측 가능한 친숙한 전개 양상을 보인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삐뚤어진 주인공이 참된 스승을 만나 꿈을 향한 날개를 활짝 편다는 내용은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변주되어온 고전 중 하나다.

한때 최고를 꿈꾸었지만 그 꿈이 좌절된 이후 시니컬과 시큰둥으로 살아온 스승은 자신의 재능을 빼닮은 제자가 자꾸만 엇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노래는 정말 잘하는데 주먹 세계에 몸담고 있는 제자에게 스승은 그의 멱살을 잡고 가슴으로 울부짖는다. "사람이 되어야지! 사람이."

이런 류의 영화, 드라마가 그랬듯 <파파로티>의 스승 상진(한석규 분)은 주먹 세계에 입문한 장호(이제훈 분)의 존재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건달인 장호를 못마땅해 하는 상진과, 그럼에도 여전히 성악가로서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장호가 펼치는 까칠한 앙상블은 김윤석, 유아인 주연 <완득이>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어떤 이는 <파파로티>를 두고 음악판 <완득이>라고 하기도 한다.

배우 한석규가 맡은 상진은 젊은 날 상처로 인해 까칠한 성격을 갖게 되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장호를 만나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마저 잃고 돌봐줄 이가 없어 건달이 된 장호의 아픔도 매한가지이다. 캐릭터 구성만 봐도 대놓고 감동을 쥐어짜고 강요하는 영화이지만, 신파 요소까지 최소화하는 한석규의 리얼 생활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진한 웃음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아픔 많고 사연 많은 장호를 솔직담백하게 표현하는 이제훈과 연기 9단 한석규의 신선한 조합, 그리고 그 속에서 빚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그 어떤 남녀 간의 로맨스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유쾌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비교적 적은 분량에도 장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창수 역을 맡은 조진웅의 존재감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한석규, 이제훈, 오달수, 조진웅, 이재용 등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표값은 아깝지 않는 영화 <파파로티>. 극 중 이제훈의 노래 목소리를 연기한 강요셉의 노래도 좋고, 한석규, 조진웅, 이재용 등 <뿌리 깊은 나무>의 콤비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도 깨알 같은 볼거리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까칠함으로 중무장하였지만 제자의 앞날을 위해 한석규가 몸소 보여준 ‘스승의 은혜’는 고 파바로티의 노래보다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다.

한 줄 평: 진부한 클리셰를 날려버린 한석규의 깊고도 따뜻한 스승의 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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