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는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 대한 청와대의 접촉이 있었으나 이준석 개인이 불출마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단독보도했다. 하지만 복수의 매체에 확인해본 결과 한겨레의 기사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아직까지 출마 문제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입장이고 청와대의 접촉 역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은 이준석 본인이 정치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주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증언한다.
만약 여권이 ‘이준석 카드’를 만지작 거린다면 그 의도는 ‘출혈이 적은 패배’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손수조 후보를 붙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준석이 승리한다면 안철수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을 수 있지만 진다고 하더라도 타격이 덜할 거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안철수의 여의도 입성’을 순순히 허락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전언도 많다. 정계인사들은 “청와대에서 ‘필승카드’를 내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한다. 만일 이 정보가 옳다면 ‘이준석 카드’는 당내 일부인사들의 생각이거나 일종의 ‘언론 플레이’가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에 ‘필승 카드’가 있기는 한 걸까. 민주당이 정치 도의상 후보를 끝까지 내지는 못할 거라는 ‘상식적인 전망’을 전제로 하면 노원병은 안철수와 새누리당 후보, 그리고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인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의 3파전이 된다. 그리고 노원지역은 안철수 전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곳에 속한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이 3파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주자로 꼽히는 것은 원희룡, 나경원, 홍정욱 정도다. 이들 중에선 2008년 총선에서 노회찬을 꺾으며 승리한 홍정욱 의원이 당선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생각되지만 그는 불출마 의사를 거듭 피력한 상황이다. 정계에서는 홍정욱 전 의원이 서울시장 쪽에 관심이 많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당이 그를 나서게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본인의 의사는 있을 수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남의 새누리당 지지를 얻고서도 안철수 후보의 지원을 받은 ‘아바타’ 박원순에게도 패배했다. 강북에서 안철수 후보 본인을 상대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도 ‘필승카드’라기보다는 ‘출혈이 적은 패배’ 전략일 수 있다.
여러모로 볼 때 가능한 카드는 원희룡 전 의원 정도다. 하지만 원희룡 역시 이러한 선택이 부담스럽다. 이기면 ‘용’이 되지만 패배할 때의 타격 역시 심대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재기’의 시점을 노릴 것이고 청와대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거절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새누리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 새누리당이 ‘당이 시키면 우리가 한다’가 아니라 ‘박근혜가 시키면 당이 한다’의 상황이지 않느냐”라면서 “PB(프레지던트 박)가 강하게 주문할 경우 원희룡 전 의원이 나올수도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권은 아직 안철수 후보의 정계입문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는 가지고 있지만 그 ‘방책’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