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저열한 노력이 신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자구책’이 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석간신문인 문화일보가 매일 신문 지면에 선정적인 사진을 싣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평균 40면 가량의 지면으로 구성되는 문화일보는 ‘락카페’라는 지면을 매일 편성하고 있다. 나라 안팎의 세상만사 소식을 전하는 지면으로 매일 한 컷의 사진이 게재된다. 그런데 이 사진들은 거의 예외 없이 노골적으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사진이다. 최근 발행된 신문들을 살펴본 결과, 단 하루도 예외는 없었다.

▲ 문화일보에 '락카페' 지면에 실린 여성의 사진들. 좌로부터 3월 4일, 5일, 6일자.

문화연구자인 홍성일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은 “이게 신문을 살리자고 하는 짓인지 회의적이다”며 “문화일보는 보도나 오피니언을 보면 ‘정론지’를 지향하는 매체인데, 자신들의 길이 ‘퀄리티 신문’을 만드는데 있는지 아니면 유럽의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향하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은 “이럴 거면 차라리 정론지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보다 자율성을 갖는 타블로이드로의 전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힐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문화일보의 이런 지면은 한 마디로 언론의 기만”이라며 “기사의 질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사진으로 부수를 올려 돈벌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여성의 선정적인 사진을 게재해 부수를 올릴 수 있다는 인식 속에는 이미 문화일보가 언론의 정당한 지향을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 3월 7, 8, 11일 실린 사진들

그렇다면, 실제 이런 사진의 게재가 신문 판매율에 영향을 미치긴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간지의 데스크급 기자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미디어 트렌드를 잘 못 읽고 있는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스포츠신문이 왜 망했겠느냐?”고 되물은 후 “그런 비주얼과 이미지가 이미 차고 넘치는 세상에 그 사진을 보기 위해 신문으로 유입되는 독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화일보는 왜 이런 사진을 게재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나들의 안영춘 편집장은 “문화일보의 선택은 오히려 과감한 ‘역진’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미디어들이 날개 광고 등에서 여성의 몸을 선정적으로 보여주는 지면 전략으로 클릭수를 올린 지 꽤 된 상황에서 이런 전략을 역으로 오프라인 매체가 적극 수용한 셈”이라고 조소했다.

▲ 12, 13일 이번 주 문화일보에 실린 사진들

안 편집장은 “거의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오프라인에선 못 그러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관음적 시선으로 보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해서라도 매체를 부흥하겠단 전략은 “문화일보만 탓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화일보는 일간지 중에 처음으로 ‘포르노 소설’에 가까운 ‘강안 남자’를 게재하고 신정아 누드 사진을 1면에 싣는 등 여성의 신체를 관음화 하는데 거침이 없는 매체였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감수성이나 문제의식 없는 조직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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