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봄 개편을 앞두고 박정희 정권 18년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메인 시간대에 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는 5일 성명을 내어 “사측이 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2달여 전부터 은밀, 치밀하게 준비해 개편안에 끼워넣었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 시기, 새롭게 편성되는 현대사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을 위한 한풀이 프로그램일 것임을 의심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그때 그 순간’ 또는 ‘격동의 세월’이라는 가제로 토요일 프라임 시간대인 저녁 8시(KBS1TV)에 편성되어 있다. ‘그때 그 순간’은 현대사 가운데 굵직한 사건·사고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새 노조는 “우리 현대사의 상당 부분은 박정희 정권 18년”이라며 “박근혜 정부에게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을) 매혹적으로 미화한 ‘현대사 뒤집기’는 매우 입맛을 다실 프로그램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새 노조는 △사측이 프로그램 신설 과정을 비밀리에 추진했으며 개편 실무 막바지인 현재도 실체를 공개하지 않는 점 △시사 및 역사를 다루는 정규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사를 통해 제작한 점 등을 근거로 ‘그때 그 순간’의 기획의도와 제작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 KBS가 4월 봄 개편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그때 그 순간’(혹은 ‘격동의 세월’, 가제) 작가 구인글 - KBS 새 노조 제공
새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그때 그 순간’에 대한 편성 실무진의 반대의견을 묵살했고, 제작 주체도 KBS 다큐국이 아닌 외주 제작사에게 맡겼다. 이는 시사·역사 프로그램이 지닌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해 내부 제작을 해 왔던 기존 원칙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새 노조는 “내부 인력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제작 실무진의 반론이 제기되지만, 외주사를 동원하면 반론과 반발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경영진이 원하는 바가 일방적으로 반영된 박근혜를 위한 현대사 프로그램이 생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 그 순간’은) 박근혜 정권의 요구사항인 현대사에 대한 의식 교정 프로그램”이라며 “사측이 프로그램 편성을 계속 주장한다면 이 문제를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 최초 사례로 기록할 것이며 그에 걸맞게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KBS는 봄 개편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5일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입장 표명을 꺼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