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막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새 정부 출범을 불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야 인선 발표를 종료했다. ‘경고성(경기고·고시·성균관대 출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새 정부 내각에 대해 언론은 뒤늦게나마 검증 공세를 펼쳤다.

여타 언론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비리 혐의와 부적격성을 집중 조명하는 가운데, 경향신문은 20일자 사설을 통해 ‘첫 여성 대통령’이 출범하는 새 정부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상기시켰다.

▲ 경향신문 20일자 사설.ⓒ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여성 대통령’ 슬로건과 대선 투표율을 연결하며 박 대통령의 슬로건이 여성 투표율 상승에 이바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내각에선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18명 중 2명만이 여성”이며, “당연직에 가까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1명뿐”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그의 여성정책 공약 첫머리는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가 차지하고 있다”며 “여성 대통령 시대에 발맞춰 기업들은 여성 임원 발탁에 경쟁적으로 나선다는데, 정작 달라져야 할 정부는 후퇴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의 지적처럼 대선 이후 박 당선인에게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은 슬그머니 지워졌다. 대신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러한 경향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대변된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공직에 종사했던 과거의 인물들이 대거 소환되었다. 박 대통령 주위에서 그를 보좌하는 이들은 ‘제2의 새마을운동’, ‘제2의 한강의 기적’ 등 박 전 대통령 시절의 치적을 재생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틈바구니에서 숨죽이며 살아오던 여성들이 ‘여성 대통령’의 당선에서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는 판국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여성 유권자들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여성도 내각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시대적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수차례 천명한 박 대통령은 정작 당선 이후 자신의 공언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경향신문의 사설은 박 대통령이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조선일보 20일자 사설.ⓒ조선일보

경향신문과 비교할 때 조선일보의 20일자 사설은 인선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비판하는 데 머물렀다. 조선일보는 20일자 사설을 통해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이후 여러 차례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그런 탕평의 의지를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며 ‘대통합’ 의지의 실천을 주문하는 데 그쳤다.

‘코드 인사’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줄곧 문제시된 사안이다. 물론 편중된 인선의 문제점을 아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 인선 발표 시기가 올 때마다 특정 지역과 학교에 편중된 인사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사 편중의 해악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인수위 출범 이후 박 대통령에게 가장 통렬한 비판을 가해 온 언론사 중 하나였다는 점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의례적인 비판을 무미건조하게 늘어놓는 조선일보의 이번 사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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