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는 세계 챔피언 경쟁에 재합류했고, ‘북미파 2인방’의 약진은 결국 ‘찻잔 속의 돌풍’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끝난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 결과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다음 달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개최되는 ISU 세계 피겨선수권대회를 목전에 둔 지금 여자 싱글 부문의 경쟁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김연아가 경쟁 무대 복귀전을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아사다 마오(일본)와 애슐리 와그너(미국)의 2파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우승 경쟁 판도는 김연아의 복귀 이후 김연아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유럽, 그리고 일본과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 내셔널 대회에서 잇따라 총점 200점을 넘기는 우승자들이 속속 등장했고, 그 중에서도 북미 피겨 스케이팅의 영광 재현이라는 숙원을 가슴에 품은 캐나다와 미국의 18세 동갑나기 유망주 케이틀린 오스먼드와 그레이시 골드의 급부상은 기존 판도를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 ‘북미파 2인방’이 아사다나 와그너를 제치고 김연아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각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끝난 ISU 4대륙선수권을 기점으로 다시 아사다가 김연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아사다는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74.49점)과 프리 스케이팅(130.96점)에서 모두 올 시즌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총점에서도 시즌 최고점인 205.45점을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

▲ 아사다 마오, 4대륙 선수권대회 우승(AFP=연합뉴스)
특히 아사다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주무기로서 한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킴으로써 앞으로 소치동계올림픽까지 이런 저런 무대에서 벌일 김연아와의 맞대결에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각에서는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포함해 전반적인 점프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도 심판들이 이에 번번이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을 가하거나, 시도하는 거의 모든 점프에서 롱엣지 판정을 받고 감점을 당하는 아사다가 과연 시즌 최고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묻는 전문가도 있다.

실제로 이번 4대륙 대회에서 아사다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점프 이후 착지하다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범해 수행점수(GOE)가 깎였고,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회전수가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트리플 러츠에서도 에지가 잘못돼 감점을 받았다.

이 같은 연속된 실수에도 시즌 최고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기본점수가 높은 기술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감점을 당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가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사다는 다음 달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같은 높은 기본점수가 걸린 기술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김연아에 도전할 전망이다. 실수를 줄이면 줄일수록 이번 4대륙대회에서 자신이 경신한 시즌 최고점을 넘어서는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아사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연아와 아사다 두 선수가 세계선수권 기간에 나란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경우 어쩌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보다 더 멋진 명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연아는 작년 독일 NRW대회와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새 프로그램을 연기, 모두 200점을 훌쩍 넘겼지만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을 하지는 못했다.

만약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프로그램을 모두 ‘클린 프로그램’으로 마친다면 ISU의 심판진이 채점하는 김연아의 점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사다 역시 이번 시즌을 통틀어 ISU 공인 대회에서 200점을 넘긴 것은 4대륙 대회가 유일하다. 그렇지만 그 점수는 김연아의 종전 시즌 최고점을 넘어선 기록이다.

아사다 역시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이 아직은 30%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트리플 악셀을 온전하게 구사하는 길만이 김연아와의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 높이기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 김연아 ⓒ연합뉴스
한편, 최근 급부상한 오스먼드와 골드의 세계선수권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앞선 전초전 성격으로 출전한 4대륙대회에서 저조한 점수로 순위권 밖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6위를 차지한 미국의 골드의 점수는 166.66점, 7위에 오른 오스먼드의 점수는 159.38점으로 1위를 차지한 아사다와는 무려 35-40점 정도의 차이가 났다. 골드의 경우 지난달 말 전미선수권대회에서 186.57점을 받으며 2위를 차지했고, 오스먼드는 역시 지난달 열린 캐나다선수권대회에서는 201.34점을 받으며 정상에 오른바 있다.

이들이 나란히 이번 4대륙대회에서 연기 중 실수가 있었고, 앞선 내셔널 대회에서 ‘점수 인플레’의 덕을 봤음을 감안하더라도 세계선수권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이런 정도의 기복이라면 사실상 김연아나 아사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승 경쟁을 펼치기는 어렵고, 기존의 2위 그룹에 분류된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애슐리 와그너(미국),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이상 러시아) 등과 함께 ‘추격자’의 위치에서 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결론적으로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우승은 김연아-아사다 두 선수의 경쟁구도에 등 2위 그룹의 추격의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도 냉정한 시각으로 보자면 김연아에 다소 박하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다소 후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객관적인 기량과 프로그램의 완성도, 심리적인 안정감,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의 평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김연아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달 후 세계선수권에서 이 같은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아니면 김연아의 독주라는 싱거운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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