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협상 주무 부처장만 교체하려는 것은 꼼수 중의 꼼수이다-

촛불 민심이 청와대 담을 넘어 이명박 대통령을 불면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다.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다. 불면을 탈피할 방책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과 장관의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 청와대 수석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내각은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언론 관측에 따르면 이대통령은 이들 중 일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부처들이다.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고위 공무원이 모교에 국민 세금을 갖다주며 생색을 내 물의를 빚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정도가 포함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이명박 대통령이 몇몇 인물을 교체한 채 국정쇄신을 단행한다면 국민을 재차 기만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촛불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갖은 방법으로 억압하려 한 책임자가 모두 경질돼야 한다. 촛불의 행렬은 역경과 탄압을 각오하고 진실을 보도한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수구 언론이 정부 협상 결과를 홍보할 때 감춰진 진실을 추적한 용기 있는 언론이 국민 편에 섰다. 촛불이 청계천 광장을 메워갈 때 수구언론은 파상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며 정부 정책 선전에 몰두했다.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십대들의 순수한 요구사항을 배후 운운하며 색칠해댔고 광장에 모이는 시민들을 얕잡아 보고 가르치려 했다. 공안당국을 향해서는 행동을 촉구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광우병 파동이 언론 탓이라며 사전 홍보체계를 논의한 인물이다. 쇠고기 협상의 진실을 파헤친 언론을 폄훼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통제할 궁리를 한 것이다. 국민을 위한 방송독립은 안중에도 없이 5공 독재식 언론 통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방통위원회는 광우병 파동과 관련 인터넷 포털 다음(Daum)에 이명박 대통령 비난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국민 소통 공간을 통제하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을 억압할 정책을 계획하거나 실행한 것이다.

유인촌 문화부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선,중앙,동아가 장악한 신문업계의 판도를 공고히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신문유통원, 신문발전위원회 등 언론 유관 기관을 통폐합해 사실상 수구언론 조선, 중앙,동아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고 있다. 진실 보도로 국민 지지가 높아진 MBC를 향해선 민영화 운운하며 비판 논조를 무디게 하려 했다. 조선, 중앙, 동아가 어떤 신문들인가? 과거 행적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해 진실을 외면하고 오로지 정략적 보도만 일삼았지 않았는가? 국민이야 죽든 말든 우리 편이 하는 말이면 다 옳다는 식으로 몰아주기 보도를 한 ‘찌라시’ 아니던가?

오죽하면 촛불을 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중,동 폐간’을 외치겠는가? 문화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진실을 파헤친 언론을 향해 ‘협조를 안하면 각 부처에서 알아서 대처하라’며 범정부 차원의 언론대책까지 논의했다. 임기가 보장된 산하단체장을 향해서는 사퇴 압력을 행사했다. 다양성이 생명인 언론과 문화 영역에 승자 독식의 오만과 독선 문화를 심으면서 다양성 말살을 획책한 것이다. 이들이 출범 100일도 안된 정권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 배후세력이다.

언론노조는 이명박 대통령의 꼼수를 경계한다. 모교에 격려금을 갖다 준 일을 두고 장관 교체를 검토할 정도라면 한나라의 언론과 문화정책을 퇴행시킨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경질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면적인 국정쇄신 운운하며 슬그머니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부처로 경질 대상을 축소해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 국민의 눈높이를 몰랐던 것은 지난 한번이면 족하다.

하물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종횡무진 날뛴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문화부장관을 그냥 내버려 둬선 안 된다. 한 달 반을 기다려온 국민 앞에서 또다시 눈높이를 몰랐다고 변명하며 국민의 분노를 키우지 말라. 국민은 오로지 촛불만을 든 채 어둠과 추위를 견뎠다. 대통령은 단지 입맛이 떨어지고 잠을 설쳤을 뿐이다. 촛불을 든 국민들의 밤이 이명박 대통령의 낮보다 훨씬 더 찬란하고 희망찼음을 똑똑히 기억하라. 대한민국의 역사는 촛불로 지샌 밤에 다시 쓰여지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허락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2008년 6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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