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10 항쟁 21주년이 되는 날이다. 21년 전인 1987년,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21년 후인 지금, 여전히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시청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오늘자(10일) 아침신문들이 6.10민주항쟁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신문들은 6.10항쟁에 대해 비중있게 보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많았던 것이 9일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추모제 사진 정도였다. 오히려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오히려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인 6.10촛불문화제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경향 서울 한겨레 정도만 6.10항쟁 집중 조명

▲ 서울신문 6월10일자 4면.
먼저 경향신문은 4면 <6월항쟁 주역 동참 “그날의 정신 되살리자”>에서 10일 전국적으로 열리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예정되어있음을 소개하며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동참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경향은 이어 1987년 6.10 항쟁과 2008년 촛불집회를 비교 분석했다. 1987년 당시에는 주도 세력이 대학생, 직장인 이었고 조직적 가두시위였던 것에 반해 2008년 촛불집회는 10~60대까지 남녀노소를 망라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비조직적 평화시위라는 특징이 있다.

경향은 4면 <“열사들의 피 헛되지 않을 것”>에서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21주기 추모제를 전했으며 31면 오피니언 <6월 항쟁 21주년과 촛불시위>(김영호 유한대학장) 칼럼을 통해 6월 항쟁과 촛불시위의 다른 점을 언급했다.

오늘자 서울신문은 6.10 항쟁에 직접 거리시위에 나섰던 배우 박철민씨와 촛불집회 첫날부터 촛불을 들었던 고등학교 3학년 김남미 양의 대담을 통해 21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는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은 4면 <“촛불집회는 정권보다 잘못된 정책 비판하려는 것”>에서 1987년 6월과 2008년 6월, 소통의 도구, 10대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6.10민주화항쟁의 의미 등을 대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았다. 서울신문은 이어 연세대 김호기 교수의 발언을 통해 “촛불시위는 21년 전 6월 항쟁을 계승한 시민운동”이라고 전한 뒤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 스스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또한 87년 6.10 항쟁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먼저 4면 <44년전 …21년전 … 또 오늘 … 생존 위한 저항 속으로>에서 황석영씨의 글을 통해 ‘1964년 6월 3일 한일 회담 반대 시위’, ‘1987년 6월 항쟁’ ‘2008년 6월’의 의미를 모색했으며 이어 10면 <“한열이 같은 희생자 또 나올까 겁나”>에서는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추모제 소식을 전한 뒤 이한열 열사 어머니의 발언을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지 군사독재 때처럼 국민들 목소리를 누르려고 하면 오산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조중동, ‘2008년 6.10’에 대한 우려만 가득

한겨레는 이 밖에도 <‘6.10항쟁’을 넘어 ‘촛불혁명’으로> <6월항쟁과 역사의 시행착오>라는 제목의 사설과 칼럼을 통해 6.10항쟁의 의미와 촛불문화제로 이어진 점을 주목하며 그 의미를 모색했다.

▲ 중앙일보 6월10일자 사설.
이 밖에 국민일보와 조선일보는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식’ 사진만 보도했으며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6.10 100만 촛불문화제 소식을 전하며 짧게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오늘자 세계일보는 6.10 항쟁과 관련된 일체의 보도도 하지 않았다.

특히 조중동은 최근 촛불집회에서 발생한 ‘과격시위’와 관련해 오늘 진행될 100만 촛불대행진에 대한 우려에 방점을 찍었다. 일일이 인용보도하기도 이젠 귀찮을 지경이다. 그래서 제목만 나열한다. 다음과 같다.

<“비폭력, 비폭력”>(조선일보 1면)
<6.10 집회 폭력은 안돼>(중앙일보 사설)
<“정권타도” 폭력시위 불순하다>(동아일보 사설)

▲ 동아일보 6월10일자 사설.
21년 전, 시민들은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직접 거리에 나왔다. 21년이 지난 지금도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정부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며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6.10 항쟁의 의미를 깊이 있게 보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 지금의 정국과 당시의 상황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모색해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은 6.10 항쟁의 현재적 의미는 고사하고 오늘 벌어질 촛불대행진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만 가득하다. 아직 조중동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87년 6월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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