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무한도전에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아이템을 가져온 동명의 에피소드 '연애조작단'을 기획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두 명의 참가자를 무한도전의 연애조작단이 직접 팀을 만들어 연애를 코치해주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었죠. 분식집 아르바이트생을 좋아하여 매일 김밥을 사 먹는다는 어느 소심한 성격의 남자와 우정 이상 사랑 이하의 관계를 유지했던 남자친구에게 진짜 사랑을 전달하고 싶다는 수줍은 얼굴의 여성 참가자가 이 연애조작단의 신청자였습니다. 두 팀으로 나뉜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그 이름대로 연애조작단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열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하고 직접적인 프러포즈로 마음을 전달하라는 제안을 해보기도 하고 보다 확실하게 본인을 어필하기 위한 갖은 계략을 구상했지만 그 결말은 결국 참패였죠. 프러포즈를 받은 당사자들 모두가 그 사랑을 거절했으니까요. 연애는 조작할 수 있어도 사랑은 조작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제가 이 프로그램에서 봤던 연애조작단의 결론이었죠.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심각해져야 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도 없잖아 라는 반문이 생기는 것이 오연서의 난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3년 1월 초 어느 일간지가 공개했던 오연서-이장우의 파파라치 사진으로 불거진 이 사건은 벌써 2월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까지 사그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의 파트너 이장우와 데이트를 의심하게 하는 사진이 찍히게 된 오연서는 관계자의 열애설 부인과 또한 열애설은 인정하는 두 가지 의견에 얽혀 입장이 모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김태희와 비도 열애를 한다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연예인의 열애가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오연서가 정말 목하 열애 중이라면 현재 출연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고정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의 진정성에 손상이 가기 때문이었죠. 오연서는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대중에게 신접살림까지 공개한 유부녀였고 이런 오연서가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판타지와 현실에 혼돈을 주는 배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우리 결혼했어요’ 팀은 오연서측과 논의를 하겠다며 손들고 나섰고 이후 상황은 더 미묘하게 바뀌어 버렸습니다.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는 사실이 아니며 그저 친한 선후배일 뿐이다. 당연히 하차는 없을 것이라고.

논란 속에 첫 촬영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심경고백 타임으로 가진 이준과 오연서의 눈물 바람도 대중의 비호감을 가라앉히지는 못했습니다. 오연서는 눈물을 쏟으며 나는 정말 아닌데 확정 짓는 대중의 여론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고, 이준 또한 자신의 경험담까지 끌어들이며 오연서를 믿고 이해하고 있다는 대답을 했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이준의 아무렇지 않은 얼굴은 진짜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촬영이 끝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팬카페에 그가 올린 심경 글은 안타까움을 넘어 같은 가해자가 된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내가 로봇인가. 누굴 위해 계속? 참을 만큼 참았고 나에게도 의견이라는 게 있다. 그 누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있나? 눈에 보이게 속이는 것도 죄송스럽고, 난 사람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짓 연기 못 한다"

작성 즉시 글은 지워졌고 이준의 소속사에서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고 스케줄의 의견 절충으로 빚어진 감정싸움이라는 해명을 했습니다만, 그것은 오연서 관계자의 '오연서와 이장우는 친한 선후배일 뿐'이라는 해명만큼이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그 누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 있었나' '눈에 보이게 속이는 것도 죄송스럽고' '거짓 연기 못 한다'라는 말은 이미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을 꾸역꾸역 촬영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글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죠.

그리고 드디어 이준과 오연서가 우결4 제작진과 하차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관계자는 서로 직접적인 하차 요청을 한 적은 없고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며 확정이 된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만, 저는 여기까지 왔으면 더 이상 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것이 이제는 집요함을 넘어선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체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오연서와 이준을 출연시켜야 하는 것인지 이건 시청자를 우롱하고 이준을 모욕하며 오연서를 조롱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미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고 더 이상 그들의 사랑은 진짜로 읽히지가 않는데요. 프로그램이 계속될수록 오연서는 여전히 프로의식과 정절을 의심받는 조롱거리로 밖에 회자되지 않을 것이고 이준은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억지로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살아있는 로봇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뜬금없이 소환되어 간간히 비난을 받고 있는 이장우는 또 어떠한가요.

사람들은 이런 사태를 만든 원인을 오연서라고 비난하며 이준을 피해자로 그리고 오연서를 가해자라 정의하지만 진짜 이준의 가해자는 오연서가 아닙니다. 연애를 조작할 수는 있어도 사랑을 조작할 수는 없으니까요. 눈앞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스태프가 마련해준 신혼집에서 허니문을 보내는 그 관계가 진짜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어불성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결혼했어요’는 결코 조작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결혼과 사랑을 진짜인 것처럼 조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연서에게 눈물 바람의 해명을 시켜서는 안 되었고 애초에 오연서의 열애설이 터진 순간 그녀를 설득하여 열애설이 거짓인 것처럼 보도해서도 안 되었습니다. 우결의 진정성이 깨진 순간은 오연서의 파파라치가 들통 났을 때가 아니라 제작진이 발 벗고 나서서 거짓을 진짜로 보도해버린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랑은 좀 아니지 않냐? 라고 시청자가 생각하게 하는 것부터가 이 프로그램의 아이러니입니다. 진짜 사랑과 결혼의 참된 의미를 강조하면서 막상 조작으로 만들어진 커플이 진짜 커플을 비난하게 하고 결국 오연서 자신이 그것은 거짓이라고 말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진행 과정이 참으로 씁쓸하고 불쾌합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필요한 것이 진정성이라고 말합니다. 이것부터가 아이러니가 아닌가요? 사랑은 조작할 수 없습니다. 결혼 또한 마찬가지죠.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진짜 추구해야할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을 다큐로 착각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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