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열 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대선 패배 후 20여일만에 민주당이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와 함께 패배에 대한 자기 진단을 시작했다. 좋은정책포럼과 홍종학 의원실이 주최하는 <‘진보와 혁신’ 연속토론회> 중 첫 번째 토론인 <18대 대선 평가와 진보의 미래>가 지난 7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좋은정책포럼 대표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개회사를 낭독했고,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세 명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민영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유승찬 SNS 컨설턴트, 이준환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등 다섯 명이 참석했다.

각종 ‘책임론’ 공방에서 드러난 감정의 골

민주당의 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짚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참석자들의 경험에 따라 웹상에서의 지지자들의 다툼의 양상과 비슷한 감정의 골도 느껴졌다. 좋은정책포럼 대표 김형기 교수는 개회사에서 “박근혜 대 문재인의 대결은 ‘올드 대 올드’의 대결이지만,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결은 ‘올드 대 뉴’가 되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어야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예의 ‘안철수 필승론’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기득권 고수 노력과 친노 패권주의가 안철수 후보를 사퇴하게 만들었고 결국 대선은 패배로 끝났다. 안철수 후보가 울먹이며 사퇴했을 때 정권교체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 역시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제시한 마지막 ‘안’은 안철수로서는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며 “민주당이 정권교체보다는 민주당의 집권, 그보다는 문재인 후보의 지위에 집착했기 때문은 아닐까”라며 물었다. 김태일 교수는 대선 패배에 대해 ‘후보의 무한 책임’과 ‘친노 후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형기 교수와 김태일 교수는 안철수를 지지하던 이들이다.

반면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 김민영의 경우 “(나는) 문재인 캠프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면서도 민주당 바깥의 다른 주체들의 책임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선거를 “선거를 주도하는 것이 누구인지 끝까지 확인이 안 된 선거”라고 규정하며 특정 집단에 대한 책임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기억나는 정치적 의제가 없는 선거다. 그간 의제는 시민사회에서 시민운동이 던져준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시민사회 진영 전반의 무기력을 지적했다.

또 그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새정치’란 의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여타 세력을 구별하는 이슈가 아니었고, 안철수와 기타 정치세력, 즉 민주당을 구별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정치란 이슈에 대해, 우리는 마지막까지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그것에 끌려다니느라 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안철수 측의 전략을 비판했다. 일종의 ‘안철수 책임론’인 셈이다.

이런 각종 책임론에 대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일갈은 매서웠다. 그는 “후보 책임론과 당 책임론이 싸우고 있는 거 같은데, 이런 걸 분리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하나마나한 얘기다”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안철수 필승론’에 대해선 “안철수로 갔으면 이겼단 분들이 있는데, 예선에서도 못 이긴 후보가 본선에서 이겼을 거라고 장담하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이냐”라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안철수 책임론’에 대해선 “안철수가 충분히 안 도와줘서 졌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후보가 모자라는데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 이기는 선거가 어디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철희 소장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그 정도 기간에 그 정도로 역량이 올라왔다면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보지만 일반적인 후보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진보는 민생을 위해서 진보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변화하고 그 변화의 방향은 민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정말로 이길 수 있는 선거이긴 했나

참석자들은 선거에 대한 민주당의 현실인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가 2011년 8월에서 2012년 8월까지 안식년 때문에 한국을 떠나 있어서 그런지, ‘질 수 없는 선거를 두 번이나 졌다’라는 말에 공감을 잘 못하겠다”고 운을 떼었다.

그는 “나는 경제학자이고 선거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선거는 비전과 후보경쟁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전으로 봤을 때 민주당은 모든 분파의 정책적 요구를 다 받아들여 열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파주의는 근본주의에서 나오고 자신들의 근본적 이념에서부터 요구를 내거는 것인데 이것들을 다 수용해서 열거하기만 하니 서로 충돌하는 것도 생길뿐더러 우선 순위에 대한 개념도 없다”며 “이런 정책으로 누구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김상조 교수가 말하는 각 분파들의 요구를 열거하는 식의 정책구성은 사실 과거 ‘정파연합당’ 시절의 민주노동당에서 흔히 보이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좌클릭을 하면서 민주당의 덩치와 정치력에 걸맞는 우선순위를 고려한 진보정책을 짜는게 아니라 무상복지 이슈 등을 대거 수용하는 ‘민주노동당 카피캣’ 전략을 사용하면서 같은 문제점을 드러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 지금의 민주당 문제가 2004년 즈음 민주노동당의 문제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 민노당이 십여개 정파 정도가 결합된 정파연합당이었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사실상 127명의 의원이 제각기 다른 정파인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승찬 SNS 컨설턴트 역시 “민주당 127명의 의원이 손발을 맞추고 어떤 전략을 실행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후보경쟁력의 문제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야권 후보의 출발이 너무 늦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야 문재인 후보가 결정되었고 그 일주일 후 안철수 후보는 불과 대선을 석달 앞두고 출마선언을 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고 후보단일화가 된 건 3주 전이다. 그런데 후보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겠냐. 그런 식으로 출발해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후 5년 동안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준비한 박근혜 후보를 꺾을 수 있었다고 믿은게 더 신기하다”고 질타했다.

유승찬 SNS 컨설턴트의 발언 중에서도 민주당의 안이한 현실인식을 질타한 부분이 많았다. 그는 “1년간 사람들이 SNS에서 민주당을 920만건 정도 입에 올렸는데 그중 긍정적인 평가는 20% 정도였다. 관련 키워드 10위권이 모두 부정적인 것들이다. 민주당의 이미지가 그런 것을 본인들도 (보고를 받아서) 알면서도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대선패배 후 68만건의 언급에서는 부정성의 강도가 훨씬 커져 시민들이 민주당의 혁신가능성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지역주의가 약화되지 않았고 세대변수는 오히려 찻잔 속 태풍 정도였다”고 진단하면서 “새누리당의 지역적 기반인 영남과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의 인구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에, 애초에 이기기 힘든 선거였고 오히려 진보세력이 자기 힘만으로 박빙까지 간 첫 선거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선 때와 변하지 않은 민주당의 전략

하지만 선거 판세에 대한 낙관론의 근거는 미약했지만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미숙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참석자들은 특히 총선 패배를 경험했음에도 전략을 변경하지 않은 민주당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발제문은 총선 때 쓴 것을 토씨 하나 안 고친 건데 그대로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초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2010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민주당 쇄신위원회 자문단장, 그리고 2012년 총선 패배 직후 당 워크샵 발제를 맡았던 경험을 토대로 “큰 패배를 하면 정당 이성이 작동해 정당의 장래를 고민하지만, 2주가 지나면 다시 계파적 이해가 고개를 든다"고 힐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에 불과하며 괜찮은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한번 워크샵 때 쓰인 이후 캐비넷 속으로 들어갈 뿐이다. 유승찬 SNS 컨설턴트 역시 "총선이 끝나고 민주통합당에 총선 평가를 요구했지만 하지 않았다. 많은 제안도 들어갔지만 그런 제안이 어떤 경로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다른 곳에서 이 얘기가 안 나오고 쉬쉬하니 여기서 말해야겠다”며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처신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그렇게 대단한 사건이었나? 그렇게 규정할 만한 팩트가 있었나?”라고 물은 후 “국회의원들이 몰려가고 선대위를 대표하는 정세균 대표까지 현장에 갔는데 민주당이 팩트라고 내세운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송 패널로 나가도 할 말이 없었다. 보수 쪽 패널이 ‘무슨 근거를 가지고 저러는 거지요?’라고 물으면 ‘뭐가 있으니 저렇게 하겠죠’라고 밖에 말을 할 수 없었다”면서 “그 다음날 터진 윤정훈 목사에 대한 건을 봐라. 그건 일개 방송국이 받아서 처리한 건데 민주당의 대응이 일개 방송국만도 못했다”며 혹평했다.

그는 “국정원이 선거를 농단한다는 얘기는 이제 과거 민주주의를 지지했던 50대들로서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으면 믿기 싫은 사건”이라며 “그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의혹으로 제기하면서 이렇게 부실한 팩트를 내세우니 중년층 유권자로서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펜션 불법선거 지적해서 재미를 봤다고 또 뭔가 사건을 만들어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소장은 “국정원 선거개입과 펜션 불법선거가 비슷한 등급의 사건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처리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총선 때 ‘민간인 불법사찰’을 중심에 놓고도 안 된 걸, 팩트도 부실한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답습하니 패배한 것”이라고 민주당 측 선거대응 전략을 비판했다.

▲ 좋은정책포럼과 함께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의 모습 ⓒ뉴스1

민주당 전략은 총체적으로 잘못 되었다

총선 때와 변하지 않은 민주당의 전략들이 총체적으로 잘못 되었음을 주장하는 참석자들의 비판은 매서웠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시위, 안철수 현상, 희망버스 등은 ‘정치의 실패’와 ‘사회의 실패’를 보여주는 진보진영에 유리한 계기였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정치 대 시민정치, 성장 대 분배, 기성정치 대 새정치 등의 의제가 구체화 됐어야 했는데, 실제 대선은 박정희 대 노무현, 추상화된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치러졌다"며 민주당이 유리한 계기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잘못된 구도로 끌고 갔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민주당 전략은 결국 ‘again 2002'였고 2030세대를 결집하여 세대분할 선거를 만들고 PK를 분할한다는 것이었다”며 “그 전략은 실패했는가? 아니다. 이것만큼은 100% 성공했다. 그런데도 패배한 거다. 그렇다면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 선거전략 변화를 설명하면서 그 맥락 속에서 나온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론이 한국에서 잘못 수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부자들이 교외로 나가는 등 주거지역의 전면적인 변동 및 선거구 조정이 이루어져 이제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는 섞여서 살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중위투표자(중도층)에게 호소할 필요가 없고 자기 편을 더 잘 동원하는 측이 이기는 상황에서 나온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론을 한국이 따라하는 게 올바른 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엇비슷해서 ‘프레임’ 선거가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면, 한국의 민주당은 지지기반인 호남이 상대편의 지지기반인 영남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여전히 중도층을 공략하는 선거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준환 인천대 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이 투표시간 연장운동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이 이긴다‘는 기본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선거제도 전문가들 사이의 연구를 보면 투표시간을 한 두시간 연장하는 것은 투표율을 올리는데 크게 효과가 없으며 투표율을 향상시키는 다른 좋은 방법들도 많다”며 “투표율 변수가 특정정당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건 외국 사례 연구들을 통해 봤을 때 일반적인 해석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선거에서 투표율이 100%였다고 가정했을 경우 선거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결과가 바뀐 두 번의 사례는 1997년의 대선과 2002년의 대선, 즉 오히려 민주당이 이긴 선거였다는 것이다. 이는 ‘투표하지 않는 표는 우리 표’라 믿고 ‘투표율만 높아지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야권의 믿음이 허상에 근거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승찬 SNS 컨설턴트는 “민주당이 SNS에서 선거운동을 잘했다는 것도 오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를 할 때 무엇을 근거로 평가하고 반성할 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예산집행은 그 기준 중에 하나”라면서 “민주당은 SNS에 그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새누리당이 SNS에 대해서도 가장 많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새누리당은 미국에서 관련 전문가도 공수해 왔다. 사람들이 새누리당의 SNS 전략이 십알단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의 ‘트루스팀(Truth Team)’의 활동을 설명하면서 “민주당엔 이런 식의 SNS 활용전략이 없었고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활동만을 기대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집권을 위한 결기와 정확한 문제진단, 당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제언이 나왔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세력구도도 중요하고 비전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에게 신뢰와 공감을 주려는 노력을 했는지가 의문”이라면서 “노선투쟁은 그만해야 한다. 강령을 말한다면 민주당은 지금의 강령도 충분히 훌륭하다. 계파의 진영논리 넘어 정당 이성의 차원에서 신뢰와 성실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직도 정비하고 이념도 정비해야 한다”면서 “결국 정치는 공중전이 아니라 지상전이다. 민주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직에 대한 정비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당조직의 문제에 대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비판도 뜨거웠다. 그는 “지역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보면, 대체로 자영업자와 노인과 주부가 중심이다. 그리고 자영업자의 경우 세대로 보면 50대 중반 정도가 많다”면서 “그런데 지구당이 사라진 이후 이들에게 접근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민주당의 당원들이 접근해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설득할 논리를 당이 제공했는가? 아니면 당원이 자발적으로라도 논리를 계발하여 그런 이들을 설득할 열망을 당이 제공했는가?”라고 물은 후 고개를 저었다.

이소장은 “그렇기에 그 50대 중반의 자영업자들은 종편의 정치코너를 보면서 거기에 나온 논리들로 자신의 지지를 정당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종편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기 때문에 반대투쟁을 했을 텐데도 막상 종편이 실행되고 난 다음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민주당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했다.

그는 “민주당 대표는 리더십의 죽음이다. 한 명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민주당 대표 거쳐 정치적으로 더 잘 된 사람이 없다”고 혹평했고 “지금껏 민주당이 추구한 개혁이 당원들에게 ‘왜 민주당의 당원을 합니까?’란 질문에 답변할 수 있게 해줬나. 그런 자긍심을 모두 앗아가 놓고 안철수에 대해 얘기할 때는 정당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소장은 “민주당은 기본으로 돌아가 정당다운 정당으로 스스로를 재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유승찬 SNS 컨설턴트 역시 “미국 민주당도 레이건에게 두 번, 부시에게 한 번 총 세 번을 지고 나서 1989년 존 브라운 위원장을 중심으로 재정비를 한다. 그때 그의 발언을 보면 ‘우리는 이제부터 4년 뒤 선거만 생각한다. 4년 뒤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라고 하며 그때부터 전략을 짜서 클린턴을 만들어낸다. 민주당도 이러한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유승찬 컨설턴트는 “무엇을 보고 반성해야 할지가 중요한데 지금의 민주당엔 기준이 없고 각자의 주장 뿐”이라며 “가령 50대 보수화를 얘기할 때는 돈을 들여 정밀하게 설계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보고 대책을 짜야 한다. 모든 문제해결책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려보자면 지금의 민주당에 결여된 것은 집권을 위한 결기, 과학적 조사에 근거한 정확한 문제진단, 정당운영에 대한 근본적 고민 등이란 것이다. 한마디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은 상황이고, 그렇기에 많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이 이번 선거는 물론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어려울 거라고 절망하고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에겐 섣부른 희망의 수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제기를 뼈아프게 수용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그러한 발걸음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을 ‘2주 후 캐비넷’에 집어넣지 말고 하나의 준거로 삼아야만 한다.

▲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평가와 진보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열 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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