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와의 열애설 논란에 휘말려 캄캄해진 오연서의 전망에 다시 스위치가 켜졌다. 그녀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대중에겐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그녀의 열애설로 인해, 출연 중인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당하지 않을까 싶었던 사람들의 추측이 무산된 것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제작진은 직접 오연서를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대답은 거의 골백번은 들어봤지 않았을까 싶은 뻔한 레퍼토리의 "이장우와는 친한 선후배일 뿐 이성의 감정은 없어요"였다. 믿었는지 믿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인 듯 싶다. "본인 확인 결과 열애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이준, 오연서 커플은 하차 없이 정상적으로 방송과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일이겠지만 나는 이 해프닝이 좀 우스웠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인가 싶었던 것이다. 연예인이 열애를 한다는 카더라가 퍼지고 기자들은 그것을 집중 보도하고 대중이 그 가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흔하고 뻔한 일이다. 하지만 오연서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이름 때문에 그녀의 열애설은 사랑이 아닌 사고가 되어버렸다. 우리 결혼했어요,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라는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출연 중인 오연서는 한순간에 무책임한 민폐 덩어리로 돌변했다.
그녀의 열애설이 터지고 대중이 가장 먼저 관심을 둔 부분은 그것이 정말 리얼인가? 라는 검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오연서의 신분이 어느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가상 결혼식을 올린 신부라는 사실을 돌이켜 보게 된다. 결국 오연서의 열애설이 연예인의 가십을 넘어 도덕적 결함마저 지적되는 원인을 만든 이유가 우결이다. 그것이 판타지건 현실이건 간에- 어쨌거나 오연서는 '공식 유부녀'이며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의 아내다. 이런 오연서가 알고 보니 진짜 애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의 판타지를 깨는 배신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열애를 사실이라고 인정한 순간 오연서는 바람피운 유부녀가 되어버렸다. 주말이면 이준의 공식 아내가 되는 그녀가 진짜 남자친구를 갖고 있었다는 고백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차이일 뿐, 그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단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준과 오연서의 관계를 화면 그대로 받아들였을 순진한 시청자에게는 그녀의 모습이 시청자 우롱을 넘어선 배신으로 와 닿았을 것이며, 우결의 판타지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녀의 프로의식을 의심하게 되었다. 정직원이 아닌 단기 알바일지라도 백화점의 산타클로스를 맡았다면 애들 앞에서는 산타의 목소리를 내주어야 마땅하다. 아이들의 판타지를 깨지 않고 꿈을 선물하는 것이 산타를 섭외한 오너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성기 아저씨가 맥심이 아닌 칸타타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런 아이러니를 목격하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카누 정도는 마셔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분명한 점은 우결은 가상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거다. 심지어 오연서의 진짜 연인인-일지도 모르는-이장우마저도 몇 달 전까진 우결에 출연하여 함은정과 신혼여행까지 즐겼던 공식 유부남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가상의 판타지 때문에 그들의 가상 밖 리얼 월드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번복을 반복하는 오연서 측의 입장과 달리 이장우는 아직 그 어떤 긍정도 반박의 의사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말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그 만남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구차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연인 때문에 현실의 연인을 부정해야 하는 오연서의 처지가 어쩐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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