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형준(유승호 분)의 곁을 떠났던 수연(윤은혜 분)은 거듭된 해리의 협박(?)에 다시 돌아오고, 형준은 정우(박유천 분) 앞에서 보란 듯이 수연을 꼭 껴안고 아이처럼 엉엉 눈물을 흘리며 정우에게 야비한 미소를 흘린다.

하지만 애초, 해리를 한주먹거리조차 생각하지 않는 정우는 그러든지 말든지 수연이 자신에게 완전히 마음 쏠린 줄 알고 있으니, 이게 바로 승자의 여유이다. 정우는 수연에게 곧 자신의 집, 그러니까 생물학적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통보한다.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안겨준 사건의 총책임자가 한태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수연은 벌써부터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정우가 굳이 14년 전 가족의 연을 끊어버린 한태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버지의 돈이 탐나서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효도 때문도 아니다. 정우는 수연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불쌍하다고 털어 놓는다. 돈을 지키기 위해서 그 흔한 여행도 못 가보고, 도망간 아들 찾으러 다닐 여유도 없는 매정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가 수연 엄마 김명희(송옥숙 분) 아들로 살았다.

정우는 자신과 이수연 납치와 실종, 김형사의 죽음, 14년 뒤 강상득, 강상철, 남 이사 살해에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는 데 주력한다. 14년 전부터 자신과 수연을 괴롭힌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서,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더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약 아버지가 사건에 연루되었다 하더라도 자기 손으로 쇠고랑까지 채울 각오가 되어있는 한정우다.

아버지의 뒷조사를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간 정우는 예상했던 대로 아버지와 새엄마 미란(도지원 분)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래도 한태준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내쫓기나 하겠는가.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정우의 속셈은 따로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정우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연쇄 살인사건의 의문점들이 하나둘씩 밝혀나간다. 이복동생 아름(이세영 분)은 정우 이모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형준의 엄마 강현주(차화연 분)도 만났고, 정우와 다른 루트로 강현주의 정체를 추적하던 주정명(오정세 분)은 얼마 전 현주가 입원했던 병원에 어떤 어르신이 강현주 정체를 물어보러 왔다는 귀중한 정보를 전한다.

그 어르신은 김형사가 경찰로 근무할 당시 반장으로 재직하던 전직 형사 최창식(송재호 분). 창식을 만나러 간 정우는 그곳에서 미친 토끼인 자기마저 눈치 채지 못했던 결정적 힌트는 물론, 해리 보이슨이 14년 전의 그 꼬마임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한편 형준은 엄마를 보기 위해 직접 호랑이굴로 뛰어드는 모험을 시작한다. 그동안 자신의 정체를 속이며 14년 전 자신과 이수연에 관계된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했던 형준은 자신이 한태준보다 한수 위라고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형준은 태준과 미란에게 돈 많은 해리 보이슨으로 속여왔고, 자신의 비밀친구 윤 실장(천재호 분)을 한태준 심복으로 심어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리고 엄마를 보기 위해 미란과의 사업계약서 체결을 빌미로 한태준의 집에 찾아가기에 이른다.

미란이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형준은 현주의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한눈에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주는 그토록 그리던 형준을 안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한태준만 찾으며 울부짖는다. 현주의 울음소리에 부리나케 달려온 미란, 낌새가 이상해서 바로 태준의 집으로 달려온 수연. 형준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치밀한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는 모험을 벌인다.

이제 한태준이 해리 보이슨의 정체를 아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런데 한태준 집을 찾아가기 전, 윤실장에게 해리라 부르면서 프랑스 농장으로 돌아가라는 형준의 말을 들어보면, 형준은 이미 형준으로 돌아갈 만반의 준비를 갖췄는지도 모른다. 철두철미 용의주도한 형준의 성향을 보면 그게 더 아귀가 맞아 보인다.

<보고싶다>는 부모 때문에 발목 잡힌 불쌍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한정우에게 죄가 있다면 한태준 아들로 태어난 거다. 한태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정우는 한창 예민한 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자기 때문에 납치당하고, 심지어 자신이 보는 앞에서 몹쓸 짓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된다. 그리고 한정우는 지금 아버지가 저지른 모든 죗값을 대신 치를 위기에 놓여있다. 돈 많은 아버지를 둔 덕분에 미국에서 잠시 최고의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아버지 덕을 보기보다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더 꼬인 케이스가 한정우다.

거기에 욕심 많은 이복형 잘 둬서 어릴 때부터 죽을 위기에 놓였던 강형준은 다리 한쪽 절게 되고 엄마와 생이별을 하기까지 이른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자신의 다리와 엄마를 앗아간 한태준에 대한 증오를 극대화시켰고 수연을 향한 격한 집착으로 번진다. 그래서 형준은 과거 수연을 힘들게 한 이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하는 동시에 그 모든 사건을 진두지휘한 한태준에게 서서히 총알을 당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보고 싶은 엄마가 자신을 거부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다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한정우마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형준은 그의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이 이해가 가고 안쓰럽긴 하지만, 동정심을 자아내기보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무서운 인간이다. 정우의 말처럼 아무리 사람이 밉고 죽이고 싶어도 직접 죽일 수 없다. 정우보다 형준이 받은 상처와 원한이 더 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적 복수는 더 큰 파장과 극한의 연쇄 비극을 예고할 뿐이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한태준을 향한 복수가 성공리에 마무리된다 해도, 정우는 물론 수연 그리고 본인의 삶을 파멸시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 16화에서 형준은 그토록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났으나 정신줄을 놓아버린 엄마를 보고 숨이 끊어질 듯 폭풍 오열한다. 그동안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착실한 배우 유승호의 연기 내공이 빛나는 명장면이다. 유승호의 이런 연기력 때문에 <보고 싶다> 시청자들은 한정우와 이수연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도, 강형준의 캐릭터에 안타까움을 갖게 된다.

박유천이 아니었음 14년 전의 어두운 진실을 찾기 위해 아버지까지 잡을 기세인 '미친 토끼' 한정우에게 공감할 수 있었을까. 혹은 유승호 아닌 다른 배우가 형준이었다면 이 싸이코 패스적 기질이 다분한, 정신연령은 여전히 엄마찾아 삼만리 12살인 형준의 눈물에 잠시나마 슬퍼질 수 있었을까.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에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박유천과 유승호의 앞날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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