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매년 11월 초가 되면 명동 신세계백화점 인근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신세계백화점 건물 외벽에 구현되는 미디어 파사드를 보기 위해서다. 2023년의 경우 11월 9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미디어 파사드의 콘텐츠 러닝타임은 3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감동과 환상에 빠져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건물 외벽에 표출되는 이 영상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즈음에 사람들이 느끼는 아쉬움과 희망을 섬세하게 구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선물, 가족, 사랑, 설렘 등의 이미지와 느낌 등을 판타지 형식의 영상으로 만들어 잠시나마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안내한다.  

이 미디어 파사드는 백화점의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기획되었지만 마케팅 효과와 더불어 도시의 야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명동 신세계 백화점과는 다른 콘셉트의 미디어 파사드인 삼성동 SM타운 건물 외벽에서 실행되는 콘텐츠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로 81m, 세로 20m의 대형 LED 옥외 전광판에서 구현되는 콘텐츠는 주로 생생한 현실감과 압도적인 입체감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기획되었고 만들어졌다. 이 미디어 파사드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실행될 때마다 참신한 기획과 화려한 연출로 인해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미디어 파사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계속 확장시켰다. 

11월 9일 오후 서울 명동을 찾은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1월 9일 오후 서울 명동을 찾은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는 건축물 외벽에 LED 조명, LED 전광판을 설치해 영상을 표출하거나 프로젝터를 이용한 비디오 프로젝션 매핑의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근대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조응하는 단순 사각형 형태의 도시 건축물들이 보여주는 무미건조한 도시 풍경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시도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해 대형 고층 건물들과 그 지역을 관광 명소로 만든 사례들도 있다. 미국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라스베이거스가 대표적이며 대부분 주요 국가의 수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디어 파사드가 도시의 야경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여행객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지금까지는 설치나 운영이 제한적이었다. 관련 법령 때문이었다. 옥외에 영상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과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빛공해방지법)에서 규정한 여러 조건을 충실하게 만족시켜야만 했다. 빛공해방지법의 경우 법률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도시의 야간 경관과 빛공해를 결부시키고 있다. 이 법에서는 빛공해방지를 위한 국가의 책무가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다. 

옥외광고물법의 경우에도 2016년 현재 법률명으로 개정되기 전까지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었다. 이 법률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함’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미디어 파사드와 관련된 법령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관리나 규제 차원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시의 일부 구역에서라도 매력적인 도시의 야경을 만들어 보자는 노력이 있었고, 이러한 노력들이 옥외광고물법 등에 반영되어 ‘광고물 등 자유표시구역’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서울 삼성동 SM타운 외벽 대형 전광판에 송출한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사업 50주년 기념 영상.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연합뉴스]
2021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서울 삼성동 SM타운 외벽 대형 전광판에 송출한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사업 50주년 기념 영상.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연합뉴스]

2016년 옥외광고물법에 이 조항이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광고물의 자유표시구역’은 강남 삼성동 코엑스·무역센터 구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자유표시구역으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특정 구역 안에서 영업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하고 민원 발생 소지가 없거나 적어야 하기 때문에 관할 행정기관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빛공해로 인해 운전 중 안전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등을 고려한다면 인가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동 신세계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부 교통혼잡 등은 있지만 서울의 야경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명소는 더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행정안전부가 ‘광고물등 자유표시구역’을 세 군데 더 인가했다. 행안부는 2024년을 며칠 앞둔 지난 12월 28일 ‘신기술 디지털 광고 선보일 무대 생긴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서울 명동관광특구, 서울 광화문광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3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 이 세 곳이 ‘미국의 타임스스퀘어처럼 다채로운 옥외광고물이 자유롭게 설치된 지역 명소’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행안부의 이번 결정으로 2024년에는 여러 곳에서 좀 더 화려한 도시 야경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근사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를 더 많이 갖게 되었다. 벌써 연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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