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전보(電報 telegram)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T는 이달 15일부터 ‘115 전보’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138년 동안 통신 서비스를 해온 전보가 이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전보는 한때 가장 빠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었다. 1885년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신 시설이 개통되면서 도입된 전보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통신 수단이었다. 전화가 도입되기 전 유일한 통신 시스템이기도 했다. 전보는 전화가 도입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일반 국민의 긴급한 통신 수단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다. 일반 가정에 전화가 쉽게 보급되기 전까지는 메시지를 빨리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었다.

[핫클릭] KT, 내달 전보 서비스 종료…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外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핫클릭] KT, 내달 전보 서비스 종료…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外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사실 전보의 효용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전화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전보를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전화선이 깔리지 않는 도서산간지역에 사는 일부 국민들을 위해 국가의 통신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었다. 그나마 이런 지역들도 이동통신 시설이 구축되고 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더 이상 쓸데없는 시스템이 된 것이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최근에는 전보라는 단어 자체가 별로 쓰인 적이 없다. 그나마 40대 이상은 한 번이라도 들어본 경험이 있겠지만, 그보다 어린 세대들은 전보라는 용어조차 생소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몇 글자 보내기 위하여 그토록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지만 당시 국민들에게 전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스템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우체국을 이용해 편지를 보내는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편지는 기차를 통해 주요 도시 우체국으로 전달됐고 이어 소도시 우체국으로 이어졌으며 마지막에는 배달부에 의해 전달되었다. 운이 좋으면 이 과정이 3~4일에 끝날 수도 있었지만 보통 4~5일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긴급한 소식을 알리기에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거리를 압축할 수 있는 방법이 기차 외에는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전보였다.

[뉴스메이커] 전보, 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메이커] 전보, 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전보는 전신기를 통해 모스 부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발신자가 전신기에 달린 조작기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떼는 걸 반복하는 식으로 전류 변화를 일으켜 부호를 만들면, 수신자는 부호 체계에 따라 이를 해독해 메시지로 만든다. 만들어진 메시지는 전보지 위에 옮겨져서 지역 우편배달부가 직접 수취인에게 전달한다. 며칠 걸리는 소요기간이 빠르면 반나절 만에 끝나기도 한다. 시간의 혁명적 단축이 이루어진 것이다. 과정 자체가 당시로서는 첨단 시스템에 의해 구축된 것이라서 이용 요금이 저렴하지 않았고 국민들은 평소에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보의 효용은 이미 오래전에 끝나서 전보 서비스의 종료는 사실 중요한 뉴스라고 볼 수 없겠지만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또는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동통신이 5G에서 6G로 넘어가고, 모바일 네트워크가 일상화되면서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터넷 초기에 유행했던 PC통신은 마지막 PC통신 서비스로 남아있던 '유니텔'이 2022년 6월 30일 서비스 종료로 완전 종료되었다. 인터넷 도입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PC통신이 1997년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급속한 내리막길에 들어섰고 그 자리를 포털 서비스가 대체했다.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한 시민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한 시민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MZ세대들에게는 전화선과 모뎀을 통한 PC 간 소통방식인 PC통신에 대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모바일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대들에게 PC통신은 구석기 유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통신을 위해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무선호출 서비스(삐삐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1997년 가입자가 1천 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던 이 서비스는 모바일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1999년에는 300만 명으로 대폭 줄어들고 대부분 폐업하게 된다. 지금은 사람 사이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사용하는 일은 없고 음료매장에서 고객 호출용으로 이용하는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통신이 빨라지고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이 빠르게 전달되면서 우리들의 시공간은 재구성된다. 공간은 더 이상 장애요소가 아니고 시간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가 어느 곳에 있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통신의 발달이 인간을 하나의 시공간 안에서 호흡하게 만들었다. 전보로 시작해서 전화, PC통신에서 인터넷, 모바일 네트워크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간들은 소통의 자유를 얻었다. 이 소통의 결과가 어디로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100여 년간 인간이 성취한 통신의 발달은 그 다른 무엇보다 인간 진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Goodbye, Telegram !!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