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이야기는 조선시대 중엽에서 시작된다. 전라도 전주 근방에 살고 있던 최만춘은 퇴직한 관리로 자녀가 없었다. 자식을 갖기를 소원한 최만춘은 명산대찰에서 불공을 드려 콩쥐를 얻었다. 콩쥐를 얻어 기뻤지만 부인 조 씨가 콩쥐가 태어난 지 백일 만에 병에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다. 최만춘은 콩쥐를 젖동냥으로 키웠고, 둘은 행복했다. 콩쥐가 열네 살이 되던 해 최만춘은 배 씨라는 과부와 재혼하게 되는데 배 씨에게는 콩쥐보다 한 살 아래인 팥쥐라는 딸이 있었다. 배 씨와 팥쥐의 등장으로 콩쥐의 행복한 생활은 끝나고 말았다.

배 씨는 콩쥐를 구박하고, 팥쥐는 콩쥐를 괴롭혔다. 콩쥐에게 집안일, 밭일을 모두 시키며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라는 가능하지 않은 미션도 던져 주었다. 배 씨는 악한 것에 더해 뻔뻔하기까지 했다. 큰 잔치에 외삼촌이 콩쥐를 초대했는데 콩쥐에게 집안일을 시키고 배 씨와 팥쥐가 갔다. 콩쥐는 선녀와 참새의 도움으로 일을 마치고 잔치에 가게 되고 김 감사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행복한 것도 잠시, 배 씨와 팥쥐 손에 콩쥐는 죽게 되었다. 죽은 콩쥐가 나타나 김 감사는 배 씨와 팥쥐의 악행을 알게 되고 콩쥐는 살아나게 되지만 팥쥐는 벌을 받고 죽고 배 씨는 미치게 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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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콩쥐는 어떤 시련이 닥쳐도 이겨내는 아이로 나온다. 콩쥐가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데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쥐, 소, 참새, 선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콩쥐는 시련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력자는 슬프게도 사람이 아니었다. 쥐가 아닌 소가 아닌, 주위의 사람들이 도와줄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콩쥐가 배 씨와 팥쥐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배 씨와 팥쥐가 콩쥐에게 일을 던져 놓고 외갓집 잔치에 갔을 때 동네 사람들은 뒷담화는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배 씨가 뻔뻔하고 나쁘다고 말하지만, 콩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비정한 건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어린 콩쥐가 학대를 받고 있는데도 모른 척한 방관자였다. 이런 면에서 콩쥐를 스스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어린이 동화의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위험해 보인다. 자라는 아이들에겐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쥐, 소, 참새가 아닌 어른 사람의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동화 속 콩쥐를 보며 다시 지금 아이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배 씨가 콩쥐에게 한 행동은 분명한 아동 학대이다. 배 씨의 학대와 팥쥐의 괴롭힘을 콩쥐에게 주어진 시련 정도로 여기고 혼자 극복한 콩쥐를 대견하고 기특하게 생각하기엔 콩쥐에게 주어진 삶이 너무 가혹하다. 물론 배 씨와 팥쥐가 천벌을 받게 된다는 결말로 이르지만, 콩쥐는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아주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 동네 사람 중 누군가 콩쥐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콩쥐가 죽었다 살아나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배 씨의 악행이 빨리 중단되었을 것이고, 콩쥐는 고통에서 벗어나 평범한 아이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집안일을 도우며, 친구들과 즐겁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생활했을 것이다.

『콩쥐팥쥐』는 조선 중엽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2023년을 사는 아이들은 얼마나 다를까.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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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친부모가, 친척이, 의부, 의모가 아이를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뉴스가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학대받고 있는 아이라면 또래의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또래에 비해 발육 상태가 현저히 떨어진다거나, 몸에 멍 자국이 있거나, 걷거나 물건을 잡는 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우리가 눈여겨본다면 학대에서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다. 2023년을 사는 아이들에겐 콩쥐에게 있었던 쥐도, 소도, 선녀도 없다. 그렇기에 콩쥐처럼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라고 말할 수 없다.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조선 중엽, 콩쥐의 동네 사람들처럼 뒷담화만 하며 모른 척 방관자로 살 수는 없다. 자기방어가 가능하지 않은, 어리고 약한 아이들이 더는 학대받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더 나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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