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영 위원
대선 이후 '새로운 국민방송'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가 뜨겁다. 진보진영의 대선 패배에 장악된 공영방송의 왜곡 보도가 한몫 단단히 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해직언론인들이 만들어온 인터넷방송 <뉴스타파>의 회원수도 대선 전 7,093명(12월 14일 기준)에서 대선 후 갑자기 24,300명(26일 기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할 말은 하는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스>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의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난 제작진 최경영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실위원은 뉴스타파에 힘을 보태려는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하루아침에 '국민방송'이 탄생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뉴스타파는 99%를 위한 방송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고, 서서히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진짜, '묘목'을 심는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는 것이 최경영 위원의 얘기다.

"회원수 2만명이면 월 2억인데, 월 2억으로 마치 KBS나 MBC에 대항할 만한 방송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는…정말…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KBS 한 곳과만 비교하더라도 매출액 1조원 대 20억의 싸움이에요. 취재 인력으로 따져도 1000대 4의 싸움이죠. (현실적으로) 국민방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최경영 위원은 "만약 '정권탈환'의 목적으로 회원가입을 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민주주의, 언론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왜곡된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론 언론이 필요할 뿐 또 다른 정파적 언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는 우려도 잊지 않았다.

지난 8월부터 시즌2에 합류했던 최경영 위원은 정직 기간이 종료되는 12월 말 KBS에 복귀한다. 그러나, 최경영 위원은 "여전히 언론노조 민실위원직을 겸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KBS 일과 시간을 제외한다면 최대한 뉴스타파에 합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최경영 위원은 KBS 탐사보도팀 소속으로서 여러 차례 기자상을 받는 등 기자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불법 해임 이후 갑자기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나는 '보복인사'를 당한 뒤 2009년 회사를 휴직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2010년 8월 최경영 위원은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발한 <9시의 거짓말>을 펴냈으며, 올해 초 KBS에 복귀해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로 지내다 4월 MB특보 출신의 김인규 당시 KBS 사장에게 "이명박의 OOO"이라고 비판적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해고됐다. 6월 재심에서 징계 수위가 '정직6개월'로 낮춰졌으며, 이번 달 정직 기간은 종료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시즌2를 제작하느라 지난 몇 개월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 굉장히 힘들었다. 워낙 힘든 아이템만 잡다 보니, 긴장도도 높고 항상 날이 서있을 수밖에 없다. 월요일에 회의를 하고 금요일까지 미친듯이 일하고, 토요일 새벽에 퇴근해 온종일 잤다. 일요일 딱 하루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번달 말 부로 KBS 스포츠부로 복귀하게 되는데, 나는 여전히 언론노조 민실위원직을 겸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KBS 일과 시간을 제외한다면 최대한 뉴스타파에 합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뉴스타파, 산업논리에 충실한 흐름 타고 있어 미래 밝다"

- 공익재단 형태의 새 방송매체 설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는데, 구체적인 상에 대해 말해달라.

"24일 회의에서 더 나아간 내용은 없다. 만약 우리 나라가 선진국처럼 언론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국가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까지 많이 하고 있다. 절차적 장애물에 많이 노출될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아직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

법적인 재단이 될지, 사단법인이 될지, 비영리민간단체가 될지 아직은 모른다. 일장일단이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공익재단인데, 공익재단은 초기 자본금으로 현금 5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장 그런 돈이 없다. 사단법인의 경우에는, 법과 규정에 따라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 그런데 뉴스타파 회원이 2만명 넘는다. 그 분들에게 모두 서류를 보내서 총의를 모은다면, 1~2년 걸릴 것이다. 또, 비영리민간단체의 경우 재단법인과 달리 뉴스타파가 법적으로 회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세제 혜택, 기부금 등에서 미흡한 게 있다. 여러 가지 점에서 고민이 굉장히 많다. 고려해야 할 사안도 많고."

- 플랫폼의 경우, 어떤 걸 염두에 두고 있나?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TV가 발전하면서, 쉽게 TV로 인터넷동영상을 볼 수 있는 상황이 2,3년 내에 도래하기 때문에 산업적 논리에서 볼 때 뉴스타파의 미래가 밝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앞으로 상당히 많은 이들이 TV에서 뉴스타파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산업논리에 아주 충실한 흐름을 타고 있다. 인터넷과 TV가 융합하는 산업적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매체를 차단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개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정파적 언론 아닌 '정론언론'이 필요하다"

- 일각에서는 '뉴스타파의 케이블TV 진입'을 말하고 있는데?

"괜히 피같은 돈으로 무리해서 케이블에 진입하는 것보다, 그 돈으로 오히려 좋은 기자 피디들을 영입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훨씬 낫다. 시간은 분명 우리의 편이다. MBC, YTN 해직 언론인들 가운데서도 우리 쪽으로 합류할 수 있는 분들을 꾸준히 알아보고 있다."

- 대선 이후 회원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제작진들도 놀랐을 것 같다.

"좀 놀랐다. 그런데, 만약 '정권 탈환'의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그건 좀 아니지 않은가. 진실을 밝히는 언론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마우스피스(mouthpiece)로 생각해서 회원가입을 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민주주의, 언론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언론이 왜곡돼 대선보도가 엉터리였고, 그래서 대선결과도 엉터리였다고 우리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뉴스타파가 특정 정파의 마우스피스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아달라. 왜곡된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론 언론'이 필요할 뿐 또 다른 정파적 언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

"1000대 4의 싸움…쉽지 않다"

- 시즌3에서는 방송인력을 대거 충원한다고 하던데?

"회원수가 큰폭으로 증가하는 만큼 뉴스타파 제작진들에게 바라는 기대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그 수준에 부응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데,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다. 그런데 인력충원은 생각처럼 쉬운 문제가 결코 아니다. 새로 영입되는 인력들에게도 굉장히 큰 희생이 요구될 수 있다.

회원수 2만명이면 월 2억인데, 월 2억으로 마치 KBS나 MBC에 대항할 만한 방송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는…정말…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KBS 한 곳과만 비교하더라도 매출액 1조원 대 20억의 싸움이다. 취재 인력으로 따져도 1000대 4의 싸움이다. 시즌3에서는 1000대 8은 만들려고 하지만, 이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공중파에서 10년 이상 훈련된 기자, PD들이 지금보다는 2배 늘어나야 하는데, 참 힘들다.

국민방송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대선에서 졌다고, 홧김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사회의 이미 권력화된 기성 언론들, 경제권력, 정치권력 사이에서 도대체 우리 편이 어디에 있는가. 뉴스타파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국에서 쉽게 꺼내들 수 있는 카드도 많다. 국세청을 통해서 세금과 관련해 이잡듯이 뒤질수 있고, 방통위에서 딴지를 걸 수도 있다. 보수 언론들이 제작진 가운데 트집잡을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잡아서 대대적으로 비판할 수도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굉장히 많다."

- 17년의 기자생활 가운데 뉴스타파 취재의 경험이 최 기자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KBS 기자로서) 제도권 언론의 혜택을 받으며 취재를 해온 것과 매우 다른 경험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내 뒤의 KBS라는 딱지를 떼고, 자연인이자 시민으로서 어느 선까지 취재를 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것이었다.

사실 뉴스타파 시즌2에 합류할 당시, '두려움'이 커서 망설였다. 'KBS라는 계급장을 떼니 별거 아니더라'라는 말을 듣기 싫었고, 가서 잘 못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굉장히 쪽팔리는 일 아니겠느냐? 물론, KBS에서도 내가 번듯한 출입처를 맡았던 것은 아니지만 전혀 다른 환경이니까.

뉴스타파를 하면서, 일반 시민이었던 이가 잘 훈련받은 언론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지상파 방송 등에서 언론인으로 오랫동안 훈련받은 사람들이 합류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통해서 뉴스타파가 잘 훈련된 언론인들을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5년이나 10년 후에는 뉴스타파가 방송이나 언론 직종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취업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 MB정부 5년간, 보복인사 해고 정직 등 각종 고초를 겪었다. KBS의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앞으로 또 5년간 박근혜 시대를 살아내야 한다. 솔직히, 지치지는 않나?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면, 인간도 아닐 것이다. 가끔은 KBS고 뉴스타파고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공부를 한다고 할지, 제3의 길을 선택해서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만약 KBS 안에서 아무 일도 안하고, 스포츠 부서에만 머물러 있는다면 '투항'이다.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이다. KBS 사측이 나를 (취재할 수 있는) 다른 부서로 보내줄리도 만무하지 않느냐.

그러나,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은 내가 언젠가는 '합리적인 보수'로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자유주의자이자 보수주의자다. 원칙적 자유주의자이자 보수주의자는 언론자유를 절대적으로 옹호해야 할 이유가 있다. 나는 지난 5년간 그것을 한 것 뿐인데, 나 같은 사람이 '진보'로 느껴지는 이 사회는…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것이다….

도저히 인정이 안 된다. 무슨 말만 하면 때려잡으려고 하고, 언론인들을 다 쫓아내버리는 게 과연 자유민주주의 사회인가? 나는 극우 세력이 자유민주주의세력이라고 전반적으로 참칭되는 그 꼴을 도저히 볼 수가 없다. 20~30년 걸릴 일이겠지만 나는 그것 하나만은 반드시 고쳐놓고 싶다."

"'묘목'을 심는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관심 가져달라"

- 박근혜 시대의 향후 5년간, 언론판이 어떻게 변화하리라 전망하나?

"저강도와 고강도의 억압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처음에는 '통합'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비판적인 언론은 안돼!'라는 배제의 논리가 이전 5년과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말 뿐인 통합일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가 정치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비판 언론인들이 방해가 된다면 고강도의 억압도 충분히 사용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단순히 5년 집권이 아니다. 수구 정권 장기집권의 신호탄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판단한다. 문재인-안철수는 중도 우파를 포용하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그게 안됐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우측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 대통령이 되었고, 의회도 과반을 점유하고 있고, 검찰과 언론을 계속 손에 쥐고 있는 이러저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5년은 굳건한 체제가 될 것이다. 그 공고해진 체제 하에서 선거를 한다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당연히 또 수구세력의 승리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때다."

- 뉴스타파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하루아침에 '국민방송'이 탄생되리라 기대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뉴스타파는 99%를 위한 방송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고, 서서히 진화를 해나갈 것이다. 1, 2년 안에 달성할 수 없다. 5년이고 10년이고 차근차근 국민방송으로 나아갈 것이다.

뉴스타파 제작진들이 '슈퍼맨'은 아니지 않느냐. 단지 양심적인 언론인들일 뿐이고, 상식적인 시민들을 대변해 양심적으로 취재, 편집을 하겠다는 것뿐이다. 진짜, '묘목'을 심는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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