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영화 <타워>는 재난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답습한 영화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108층 주상복합 건물에 화재가 나고,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화염에 휩싸인 건물에 갇혀있는 시민들을 구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사람들은 살고 싶다는 본능에 아우성을 치고, 어떤 이는 아비규환 속에서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감독의 유명한 전작 <7광구> 때문에 개봉 전부터 말이 많은 <타워>였지만, <타워>는 확실히 <7광구>보다 볼 만하고 완성도 면에서도 낫다. <타워>는 <해운대>, <연가시> 성공 이후 재난 블록버스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CJ 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한 영화다. 스토리 면에서 색다른 진행이 없다는 아쉬움이 지적되긴 하지만, CG나 내용 전개, 극 짜임새에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려했던 신파적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7광구> 대비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진부한 스토리, 어색한 전개, 스토리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지만, <7광구>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중 처음으로 천만관객 위엄을 달성한 <해운대>에서도 해변 가까이에 무분별하게 초고층 호화 빌딩을 세운 인간의 탐욕을 드러냈지만, 무시무시한 자연재해에 의해 속수무책 당하는 인간군상을 그려낸 <해운대>와 달리 <타워>는 100% 인재다. <타워>의 주요 무대인 타워스카이 빌딩 조 사장(차인표 분)이 무리하게 주상복합 빌딩만 세우지 않았어도, 아니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위한답시고 무리하여 소방 헬기만 띄우지 않았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 소수의 가진 자의 횡포에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고통 받기 마련이다. 불은 조 사장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 때문에 일어났는데 그 화염 속에 너무나도 많은 죄 없는 시민들이 크게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타이타닉>에서도 그랬지만 그 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이 세상에서도 구조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시민 위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기득권층 먼저다.

그러나 <타워>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빚어낸 참사를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꼬집고자 만들어진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화재 속에서 어떻게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의 헌신이 강조될 뿐이다.

일단 <타워>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어느 하나 나무랄 사람 없이 모두 훌륭하다. 근래 주조연, 단역을 막론하고 이렇게 훌륭한 연기 앙상블을 보인 영화는 드물다. 아내와의 약속을 뒤로하고 목숨 내놓고 시민들을 구조하는 강영기(설경구 분)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딸과 짝사랑하는 서윤희(손예진 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대호 역을 맡은 김상경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으며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손예진의 믿음직한 재난 연기는 극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최고의 존재감을 발휘하여 극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김인권, 김성오, 짧은 분량이지만 극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안성기와 박철민, 송재호. 그리고 악랄하기 짝이 없는 분노의 차인표도 빼놓을 수 없다.

전형적인 재난 블록버스터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랐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은 탓에 <타워>는 <7광구>와 달리 연말 극장에서 가족, 연인 손 꼭 잡고 볼 만한 블록버스터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완성도 있게 잘 만든 영화라 보긴 어렵지만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대작을 만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아직도 쉽게 가라앉히기 어려운 <7광구>의 악몽이 애초 <타워>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트려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포스터 문구처럼 올 겨울 단 하나의 감동은.... 글쎄다. 12월 25일 개봉.

한 줄 평: 재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흥행 공식 입증할 또 한편의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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