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시스템 이상으로 자신에게 어뢰를 쏜 러시아의 핵잠수함 세바스토폴은 베링해의 빙하 아래 어딘가에 침몰한다. IMF로부터 지령을 받은 이단(톰 크루즈)은 일사(레베카 퍼거슨)로부터 베링해에 가라앉은 세바스토폴 시스템실 열쇠의 반쪽을 건네받는다. 얼어붙은 빙하와 베링해의 차가운 수중,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을 오가며 물불 가리지 않는 오프닝이 지난다.

장면이 바뀌고 CIA 국장과 IMF 팀장이 참석한 회의가 열린다. 알고 보니 세바스토폴의 오인사격은 스스로 진화하는 AI 엔티티가 벌인 짓이었다. 미국이 개발한 엔티티는 클라우드를 통해 전 세계에 퍼졌고 각국의 보안망도 뚫린 상황. 원본 소스코드가 담긴 세바스토폴의 시스템을 접근해야만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다. 이상한 건 각국의 태도다. 디지털 시대의 핵폭탄이 될 수도 있는 엔티티를 파괴하겠다는 게 아니라 먼저 찾겠다고 난리다.

이상하지만 익숙하다. 사우론의 등장으로 인간, 엘프, 드워프의 대표가 모이지만 서로 절대반지를 갖겠다고 다투던 <반지의 제왕>의 모습과 겹친다. 무수한 데이터와 치밀한 계산으로 무장한 엔티티는 절대반지를 찾아 부활하기 위해 교묘한 전략으로 중간계를 위기에 빠뜨린 사우론 판박이다.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운반자를 자청한 프로도처럼 유일하게 엔티티에 관심이 없는 이단만이 다시 한번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스틸 이미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스틸 이미지

엔티티와 이단, 톰 크루즈의 평행이론

유념해야 할 사실은 <반지의 제왕>이 사우론과 프로도로 선악이 나뉘었지만 <미션 임파서블7>의 엔티티와 이단은 평행이론처럼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엔티티는 ‘실체, 존재, 본질’이라는 본래의 뜻과 달리 IMF 국장의 말처럼 어디든 존재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다. 지령의 말미마다 미션이 실패한다면 IMF는 모든 관계를 부정할 것이라는 메시지까지 전달받는 이단도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나 마찬가지다.

공항의 보안망에 침투해 CCTV를 조작해 존재를 감추는 엔티티의 업무처리 방식도 이단과 유사하다. 루터의 뛰어난 해킹 능력으로 수많은 비밀기관에 침투해 왔던 이단이었다. 엔티티는 벤지의 목소리를 위조하고 통신망에 접근해 이단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시리즈마다 마스크를 이용한 변장으로 감쪽같이 적들을 속이던 이단은 엔티티의 놀라운 디지털 변장술에 속아 결국 큰 희생을 치른다. 이런 엔티티의 캐릭터는 극중 역할인 이단을 넘어 배우 톰 크루즈에게까지 뻗어나간다.

공항 수하물에 폭탄을 숨겨놓은 엔티티는 ‘가까워지지만 영원히 다가오지 않는 것’이라는 수수께끼를 낸다. 영화 속에서 정답은 ‘내일’이지만 영화라고 해석해도 틀린 답은 아닐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을 위해 톰 크루즈가 암벽등반을 하고 세계 최고층 건물의 벽면을 오르고, 이륙 중인 비행기에 매달리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더라도 실감 나는 모습일 뿐 결코 현실이 될 수는 없다. 엔티티의 계산이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실체에 한없이 가까워질 뿐 100%의 실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스틸 이미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스틸 이미지

이렇게 닮은 둘을 가르는 차이는 과거를 대하는 태도다. 엔티티에게 과거란 경험이 아니라 분석해야 할 수많은 데이터 중 하나일 뿐이다. 반면 IMF 국장인 키트리지는 이단에게 말한다. 삶은 모든 선택의 결과이고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미션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라고. 이단은 과거가 많은 남자다. <미션 임파서블7>에서는 그를 IMF로 들어오게 만든 모종의 사건이 플래시백으로 연이어 연출되고, 열쇠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큰 희생을 치르게 된 최근의 과거도 덮어쓰여진다.

하지만 잃을 것이 있기에 변화가 있다. 모든 계산을 끝내고 미래를 선언하는 엔티티와 달리 이단과 동료들은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비록 그 선택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를 위한 질문이다. 단순히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하나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희생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이단은 그레이스(헤일리 엣웰)에게 세바스토폴 열쇠 탈취를 위한 마지막 작전을 설명하며 ‘내 목숨보다 너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결정적 한 마디는 그때까지도 이단을 신뢰하지 못했던 그레이스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첫 만남 이후 로마와 베니스를 지나는 동안 그레이스는 이단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오랜 IMF의 동료들과 그녀를 대하는 이단의 한결같은 진실된 태도는 공수표로 남을지 모를 말 한마디에도 진심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이는 관객에게 보내는 배우 톰 크루즈의 메시지 같기도 하다. 부침이 있긴 해도 30년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동하며 60대에 이른 지금의 나이에도 대역 없이 익스트림 스턴트를 선보이는 등 영화를 향한 막중한 책임감을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주연배우의 이름으로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그리고 최후의 무비스타를 향한 신뢰는 이렇게 세월과 함께 축적되고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스틸 이미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스틸 이미지

위대한 무비스타의 진실한 항해

7편의 부제인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은 외부 도움 없이 방향과 속도를 통해 자신의 좌표를 계산해 가는 ‘추측항법’을 말한다. 일사는 사막에서 이단에게 열쇠를 건네주며 말한다. 시대는 바뀌고 진실을 사라지고 전쟁이 다가온다고. 일사는 이단이 걱정돼서 한 이야기겠지만 생각해 보면 진실이 또렷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던 시대는 없다. 언제나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려는 이들의 흑심은 집요하며 성실하다. 소수의 사람만이 본인의 목표와 기준을 통한 추측항법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개봉과 함께 촬영장에서 있었던 해프닝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7편은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촬영했는데 방역 수칙 위반을 한 스태프들에게 화를 내는 톰 크루즈의 음성 녹음 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톰 크루즈는 ‘촬영이 중단되어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당장 식비도 집세도 못 내게 되면 어떻게 할래? 침체에 빠진 영화 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냐?’며 욕까지 섞어가며 격렬하게 화를 냈다. 진실이 사라지는 시대. 위대한 무비스타의 진실한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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