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몸담았다가 누군가가 떠날 일이 생기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으레 떠나가는 사람을 위해 송별회라는 명목으로 조촐한 자리라도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관행이다. 떠나는 사람이 조직에 큰 누를 끼쳐 웬수 지며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8년 이상 그 팀이 만든 상품이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된 탓에 큰 수익은 안겨주지 못했지만,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심성의껏 안정적 실적을 내어 회사 발전에 공헌한 팀이 있다. 게다가 그 팀은 지난해 설 연휴 업계를 뒤흔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회사 매출 상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고, 외부에서 그 팀의 아이디어를 칭찬하는 큰 상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 주력하던 대규모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회사 측의 일방적인 지시로 그 팀의 수장이 돌연 자리를 옮긴다. 그래도 전 팀장과 함께 일하던 대리가 얼마간 있었을 때는 그럭저럭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대리마저 전 팀장을 따라 대규모 프로젝트팀으로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팀장이 그 팀을 맡으면서부터 그 팀은 주춤거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 회사가 오랜 독주를 이어온 영역에 경쟁 회사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또 고객들이 경쟁 회사 제품으로 이탈하면서 그 팀이 생산한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하락하기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전 직원들이 공정 경영을 이유로 6개월가량 파업을 했고, 그 회사 내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팀의 생산라인이 끊긴 마당에 다른 팀의 생산마저 끊을 수 없었던 회사 사장은 협력업체을 통해 생산을 이어나가길 지시한다. 그래도 다른 팀의 매출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월요일 밤 11시 타임을 맡은 팀의 매출은 최하위로 떨어지기에 이른다.

파업이 끝나고 회사는 어떻게든 그 팀의 매출을 살려보려고 과거 그 팀이 제일 잘나가던 시절 팀장을 다시 투입했지만, 불과 몇 달 안에 그 팀을 다시 업계 1위로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그 팀은 어느 회사에 가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는 상무대우 부장이 건재하였고, 다시 일어서보겠다는 재기의 의지가 분명했고 변화해보겠다는 노력도 수반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팀의 해체를 선언한다. 그것도 그 팀의 구성원들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영업종료'를 지시한다. 그동안 그 팀이 만들어낸 물건을 사랑해준 고객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 팀에겐 '시청률'이라는 매출만 중시여기는 회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를 가도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과감히 조직에서 나가주는 게 신자유주의의 이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팀이 1년가량 실적 부진에 시달린 것은, 일방적으로 그 조직을 구조개편한 상부 측 책임이 크다.

사실 요즘 그 회사 사정이 딱히 좋지 않다. 지난 1년 사이에 회사 전체 매출이 17%가량 하락하였고, 그 회사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 지수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 팀에게만 매출 부진의 책임을 묻을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왜 회사 전체가 무너졌는지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보다, 오직 지금 현 상황에서의 매출 상승만 부르짖는 상부는 그 본보기로 요즘 매출이 가장 떨어진 <놀러와> 팀을 손보기 이른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채 되지 않은 신생 팀 <엄마가 뭐길래>는 일찌감치 폐지를 선택하였다. <무한도전>,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 예능국 내에서 비교적 안정적 수익창출에 기여하는 에이스들도 여차하면 팀 자체가 공중분해될 수 있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사장이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8년 동안 회사에 적잖은 기여를 한 <놀러와> 팀은 특별한 송별회도 없이 2012년 12월 24일부로 사라지게 되었다. <놀러와>의 죄라면, 지난 1년 간 조직이 송두리째 바뀌는 난리통 속에도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고 낮은 매출을 기록한 점이다. 하긴 모로 가도 '시청률'만 잘나오면 장땡이라는 회사 방침에 이보다 더 큰 죄가 또 어디 있을까.

그나저나 그 <놀러와> 팀이 맡았던 생산라인을 새로 맡을 신규 프로젝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어차피 <힐링캠프>, <안녕하세요> 등 새롭고 신선한 제품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놀러와>를 애용했던 고객들조차 <놀러와> 이후 새로 출시될 차기제품에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니, 요즘 몇몇 에이스 제품을 제외하고 대중은 이 회사가 무엇을 하든, 어떤 프로그램을 새로이 방영하든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즐겨 애용하던 <놀러와> 제품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고객들은 궁금할 뿐이다. 도대체 <놀러와>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동안 <놀러와>와 함께했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일까. 오랫동안 주인에게 헌신했던 머슴도 이렇게 내쫓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웃겨주면서 회사 측에 긴 시간 동시간대 1위라는 지극한 성과를 안겨주었음에도 불구, 근래 매출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주인집 돈 횡령한 머슴 내쫓듯이 자리를 떠나게 된 <놀러와>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놀러와>만큼 세상에 지친 시청자를 편안하게 위로하는 친구가 또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게 언제가 될지 지금으로선 미지수이지만 다시 한 번 유재석-김원희가 편안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잔치에 찾아가고 싶은 꿈을 품으며, 작별인사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아 아쉬웠던 <놀러와>를 이제 힘겹게 보내줘야겠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