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오늘의 ‘안녕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다. 나의 오늘의 안녕지수는 59점이었다. 전체 평균 점수보다 4점이 높았다. 전제 참가자 중 9%가 나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당신의 마음날씨는 지금 보통입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테스트는 모두 열 문항으로 되어 있었다.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0점에서 ‘매우 만족한다’가 10점으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 문항은 ‘내 삶에 얼마나 만족합니까’였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에 따라 답해달라고 되어 있는데 시작부터 막혔다. 매우 만족하지는 않는데, 전혀 만족하지 않는 상태도 아닌데, 도대체 나는 내 삶의 만족도를 몇 점을 주어야 할지 몰랐다. 다음 질문은 행복한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우울한가 등을 묻는 몇 가지 되지도 않는 질문 앞에서 자꾸 망설이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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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상태를 점수를 매기면서 나는 점점 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나에 대한 질문이 모두 끝난 뒤에 나는 그렇게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안녕지수는 59점.

‘낮네. 나 행복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평균보다 4점이나 높다는 말에 놀랐다. 많은 사람의 마음날씨가 50점을 겨우 넘는 상태라는 게 놀라우면서, 나의 행복지수가 평균보다 높다는 말에 50점을 겨우 넘는 상태가 괜찮은 건지 아닌지 헛갈렸다.

마음날씨 아래 달린 댓글을 보니 학원과 학원 숙제에 지친 초등학생의 고단한 삶. 매일 공부해도 합격도 못하는 주제에, 라는 말을 듣는 아이의 눈물 젖은 오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는데 학교에서, 학원에서 성적 때문에 눈치 봐야 하는 아이. 엄마와 싸워 우울한 아이. 친구와 화해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슬픈 아이. 이들 사이에 간신히 껴 있는 누군가의 행복을 응원하는 사람들. 그래도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2018~2020년의 국가 행복지수 순위가 최하위에 그쳤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의 지난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 국가 149개국 중 62위였고, OECD 37개국 가운데 35위였다. 2023년 한국은 57위로 몇 단계 상승하였지만 여전히 낮았다. 2022년 통계를 보면 한국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한국 아동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6점에 그쳤다.

경제 성장과 규모로 보면 한국은 분명 선진국인데 우린 행복하지 않다. 예전보다 더 편하고 나은 환경에서 사는 게 분명한데 행복하지 않다.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이면서 OECD 국가 평균보다 2배가량 높다. 그래서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은 안녕한가요?

어제까지만 해도 행복하게 웃으며 안부를 묻던 내 형제가, 내 부모가, 내 친구가, 나의 아름다운 별, 나만의 아이돌이 오늘 정말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소식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항상 밝던 모습만 보였던 친구가 갑자기 짧은 메시지 하나만 남기고 생을 달리한다. 돌연 우린 남겨진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던 친구가 더는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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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왜’. 어제까지만 해도 좋아 보였던 네가 왜? 우린 무수한 ‘왜?’라는 물음표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얼마 전 아는 사람의 부고를 연달아 들었다. 모두 자살이었다. 아직 한창인 나이였는데 삶을 놓아 버릴 만큼 그에겐 삶이 자신을 짓누르고 파괴하는 고통이었다. 나는 청소를 하다가도, 빨래를 개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생각한다. 그의 삶에 대해, 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자책하게 된다. 나는 왜 자주 전화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그가 혼자 힘들어할 때 돌아보지 않았을까. 나는 왜.

왜, 라는 질문은 죽은 그에게만 남는 게 아니다. 돌연 남겨진 나에게, 우리에게 남겨져 내내 자책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은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람들의 자살 소식으로 다시 떠오르게 되고,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인 숙제가 너무 많아 죽고 싶어요, 성적이 떨어져서 죽고 싶어요, 학교 가기 싫어요, 직장 상사가 이상해요, 다 그만두고 싶어요, 라는 말을 '그냥' 하는 말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귀담아들어야 한다.

오늘 당신의 마음날씨는 ‘언제나 흐림’일 수 있으니까.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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