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연대(공동대표 강내희·김정명신)가 "비상한 시국에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을 수호를 위해 시민사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직능단체 등이 모두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는 지난 3일 <파국에서 KBS를 구제하기 위한 비상한 결심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영방송을 보호하고 KBS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발전과 언론자유의 전제조건"이라며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의 원칙을 중심으로 시민사회, 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직능단체 등이 '미디어행동'이라는 테이블 속에서 연대의 투쟁 대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천 교수가 KBS 신임 이사장되면 공영방송 사영화·상업화 적극 추진할 것"

▲ 서울 여의도 KBS본관 사옥 ⓒ미디어스
문화연대는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유재천 교수가 KBS 이사로 추천된 것에 대해 "KBS를 사영화하기 위한 권력의 정치학이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KBS 2TV 민영화를 주장하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찬성하는 유 교수가 신임 이사장이 된다면 공영방송의 사영화·상업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연대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와 시민사회 진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KBS노조는 시민사회 투쟁에 무조건 동참해야"

KBS 정연주 사장 퇴진에 앞장서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에 대해 "전국언론노조와의 문제, 정 사장 문제 등 만만찮은 장애물들이 있지만 그 때문에 이 땅의 방송 독립성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부끄러울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 원칙에 동의하고 시민사회와 진정으로 대화코자 한다면 시민사회의 투쟁에 무조건적으로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화연대는 현재 시민사회 진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최근 출범한 '미디어행동'을 사례로 들면서 "미디어행동 내부에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행동'이 있지만 연대와 연합의 튼실한 체질을 갖추기도 전에 대오의 균열, 갈등의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연대는 미디어운동 진영에 대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아직까지 조직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해서 공영방송 수호, 미디어 공공성 보호의 큰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비상한 시국에 걸맞게 비상하게 움직일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문화연대가 3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파국에서 KBS를 구제하기 위한 비상한 결심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 신임이사장에 유재천 교수를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이사장에 추천된 유 교수는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이하 공발연) 공동대표로 그동안 ‘KBS의 불공정 보도’, ‘정치적 편파성’, ‘방만한 경영’ 등의 이유를 들어 ‘수신료인상 반대’, 'KBS정연주사장의 연임 저지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또한 지난 2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KBS와 EBS 통합을 통해 KBS 2TV 민영화”를 주장,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인물이 이사장이 된다면, 즉시 공영방송의 사영화․상업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판단을 너무나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KBS PD협회, 기자협회, 경영협회, 기술인협회 등이 유 교수 내정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하나하나 KBS를 접수하고 KBS를 통제하며 KBS를 사영화하기 위한 권력의 정치학이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교수의 신임 이사장 추천은 사실 크게 놀랄만한 사건도 아니다.. KBS 정연주 사장 사퇴 압력, KBS 이사들에 대한 사퇴 압력, 감사원의 KBS에 대한 특별감사, KBS 김금수 이사장 사퇴 등의 연장된 사건에 불과할 뿐이다. 이후의 상황 전개도 우리가 예상했던 방향, 즉 정 사장 퇴진과 보수 인사 선임에 따른 공영방송 장악, 그리고 궁극적인 사영화이라는 최악의 카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KBS가 현재 심각하고 위중한 파국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본다. KBS와 공영방송, 미디어 공공성의 문제가 더 이상 방임할 수 없는 결정적 지점에 들어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비상한 결단과 저항의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운동진영은 어떠한가? 물론 미디어행동이 출범했다. 바로 그 미디어행동 내부에 ‘산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행동’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조직적인 저지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연대와 연합의 튼실한 체질을 갖추기도 전에 대오의 균열, 갈등의 잡음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대체 이렇게 해서 어떤 공영방송 수호, 미디어 공공성 보호의 큰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문화연대는 공영방송을 보호하고 KBS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내는 것이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발전과 언론자유의 보호에 필수적 전제조건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과 상식에 동의하는 그 어떤 단체, 조직과도 대화와 연대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재천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KBS 노동조합에게 요청한다. 만약 문화연대와 미디어행동, 그리고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 행동’이 내세운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의 일반 원칙에 동의한다면, 한나라당의 KBS 독립성 훼손과 코드를 같이 하는 게 아니라면, 시민사회와 진정으로 대화코자 한다면, 더 이상 외부의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지 않겠다면, 시민사회의 투쟁에 무조건적으로 동참하라.

노동조합으로서의 참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참여하라. 물론 전국언론노조와의 문제, 정사장의 문제 등 만만찮은 장애물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KBS 노조 내부의 문제도 만만찮을 것이다. 풀어야 한다. 풀려야 한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노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영방송을 수호하며 그럼으로써 이 땅의 방송 독립성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제 역할을 못한다면 어찌 역사에 부끄럽지 않겠나? 오히려 공영방송 사수 투쟁의 기치를 서둘러 선명하게 내 걸고, 이를 위한 큰 싸움에 원칙에 입각해 동참하며, 그러면서 발생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원칙적으로 올바르지 않은가? 그러기 위한 첫 단추로서 시민사회 운동진영과의 허심탄화하고 긴급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결심이 요구된다. 비상한 시국은 비상한 정치력과 운동성을 요구한다. 문화연대는 지금까지 ‘원칙에 입각한 싸움’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앞으로도 우리는 원칙의 교전규칙을 고수할 것이다. 문화연대는 시민사회, 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직능단체 등이 미디어행동이라는 테이블 속에서 서둘러 머리를 맞대고 갈등을 해소하고 연대의 투쟁 대오를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신자유주의 자본국가와 수구세력의 조직적이고 기민한 움직임에 맞서, 우리 또한 ‘신자유주의 반대, 공영방송 수호’의 일반원칙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또 단결할 것을, 대화하고 또 대화할 것을, 또 타협하고 또 타협할 것을 제안한다. 문화연대는 비상한 시국에 걸맞게 비상하게 움직일 것이다.

2008년 6월 3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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