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붕붕주스'라는 것이 은밀히 유행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몸을 '붕붕' 띄워준다고 하여 붙인 이 액체는 에너지 드링크에 과립형 비타민을 섞여 제조한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마트에서나 편의점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 '붕붕주스'는 카페인이 대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마시면 마치 '환각제'를 흡입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식약청과 언론을 줄곧 '붕붕주스'의 위험성을 알려왔고, 청소년들에게 이 '붕붕주스'를 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붕붕주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요즘 중고생들은 마트에서도 팔지 않는 이 '붕붕주스'를 왜 구태여 손수 만들어 마시는 것일까. 청소년들 사이에서 '붕붕주스'는 '마법의 묘약'과 같다. 마시고 나면 잠시 정신을 잃는 부작용이 간혹 있긴 하지만, 한번 마시면 3일 체력을 하루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런데 왜 중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정체불명의 음료가 필요했을까.
승리고등학교 내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송하경(박세영 분)도 마시는 즉시 엄청난 체력을 준다는 '붕붕주스'를 외면할 수가 없다. 특수목적고에 떨어지고 승리고에 입학한 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불행이라고 여기는 송하경은 어떻게 해서든 서울대에 가기 위해, 반 친구들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강남 대치동에 특목고 학생들만 다닌다는 학원에 다닐 정도로 대학 입시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간혹 변기덕(김영춘 분)처럼 평소 공부에 관심이 없지만 벼락치기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붕붕주스'를 먹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몸에도 좋지 않은 '붕붕주스'를 마시는 이유는 동일하다. 성적이 우선인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며칠 잠도 안자고 시험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독약'을 꿀꺽 마시는 것이다.
결국 시험을 더 잘 보려는 욕심에 붕붕주스를 마신 송하경은 그 부작용으로 복도에서 졸도한다. 그런데 붕붕주스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료를 마시고 정신을 잃는 경우는 드라마 속 꾸며진 과장된 설정이 아니라, '붕붕주스'를 생활화한다는 요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6년을 입시에 모두 바치면서 명문대에 들어갔다고 해도, 그들의 고통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지긋지긋한 대학 입시만 끝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명문대 입시는 그나마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통로의 문턱만 간신히 넘었을 뿐, 대학생이 되도 학생들은 어쩌면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처절하고 피터지게 공부하여야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우연히 '붕붕주스'를 마시게 된 학생들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어쩔 수 없이 '붕붕주스'를 꿀꺽 마신다. 심지어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붕붕주스'는 단기간에 체력을 보강하는 음료로 각광받는 추세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모든 것을 다 누리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붕붕주스'와 같은 정체불명의 환각제를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권하는 시대로 만든 것이다.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이 '붕붕주스'를 '불량식품'으로 정하고 강하게 규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음료는 애초 시중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금지시킬 방법도 묘연하다. 그저 과거처럼 어른들 말씀 잘 들어 '붕붕주스'를 멀리하는 청소년들의 의식변화만을 기대해야 할 판국이다.
다수의 학생을 제치고 높은 성적을 거둔 학생만이 대우받고, 또 그나마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어있는 사회에서 일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붕붕주스'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다. 오늘 하는 투표가 '붕붕주스'를 마시는 학생들의 위험한 행보를 막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구태여 '붕붕주스'를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에 아주 약간의 기대를 걸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저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굳이 '붕붕주스'를 마시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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