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자를 석방하라"
"어청수는 퇴진하라"

3일 저녁 7시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2만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미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정운천 농림부 장관이 오늘(3일) 발표한 '미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에 대해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잔말 말고 재협상해라"고 주장했다.

▲ 2만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 시청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곽상아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자유발언에서 "정부는 국민의 얘기를 듣겠다고 하면서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했는데 과연 국민이 원하는 게 이것뿐이었냐"며 "정부는 법 조항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미국에 '부탁'하는 수준으로 우리의 촛불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우 실장은 이어 "국민은 여전히 특정위험물질(SRM)에 노출돼있고, 미국에서는 식용으로도 쓰지 않는 것들을 먹게 됐다"며 "국민의 요구는 협상을 전면 무효화하고 재협상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고시생이라고 밝힌 20대 남자도 "지난 일요일(6월 1일) '군홧발 동영상'을 봤는데 광우병 위험 쇠고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국민들이 전면재협상 하라고 외치고 있는데 정부는 기껏 한다는 얘기가 미국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냐. 국민들은 끝까지 재협상을 주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 ⓒ곽상아
▲ 집회에 참석한 시민 ⓒ곽상아
촛불집회에서는 경찰의 폭력진압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자유발언에서 중학교 3학년생인 한모양은 "전경 아저씨들도 질서유지하느라 힘들겠지만 진압이 너무 과한 것 같다. 나도 지난 번 시위때 물대포를 맞았는데 너무 아팠다"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지금 뭐하는 것이냐.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맹휴업을 하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민 성공회대 총학생회자은 "대학생들이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점수를 매기자면 F학점이다. '국민 성공시대'를 약속했던 대통령이 '국민 지옥시대'를 만들고 있다"며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성신여대, 부산지역 대학 등을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여성농민은 "농번기 철이라 너무 바쁜 와중에도 딸, 아들 같은 이들이 경찰들 군홧발에 밟히는 것을 그냥 볼 수가 없어서 올라왔다. 삭발까지 한 상태"라며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것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돈을 밀어 넣어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게 너무 힘겹다. 제발 이명박 대통령은 농촌을 그냥 내팽개치지 말고 살려주시라"고 호소,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 40대 남자는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기성세대들은 왜 정작 침묵하느냐"며 "이 대통령은 자신을 CEO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30년 전에나 통하는 것이고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다. 이번 기회에 이 대통령을 '아웃'시키자"고 주장했다.

저녁 8시 20분경 민주노총은 청계광장에서의 결의대회를 마치고 시청광장의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홍명옥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자유발언을 통해 "촛불집회의 배후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것을 전국민이 다 알고 있다. 오늘도 정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전면 재협상'이 아니라 '굴욕 청탁'을 들고 나왔다"며 "쇠고기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정책은 무시무시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국민 여러분의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 9시경 시민들은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했다 ⓒ곽상아
저녁 8시40분경 시위대는 행진을 시작했으며,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저녁 9시40분 현재 시위대는 다시 광화문과 독립문 쪽으로 '양분'돼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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