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몇 년 사이 OTT에서 개봉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들이 화제를 일으키면서 이제 OTT는 많은 국민이 즐겨 찾는 콘텐츠 플랫폼이 되었다. OTT라는 단어는 몰라도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디즈니 플러스 등 주요 OTT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Over The Top(셋톱박스 너머), OTT는 인터넷으로 사용자가 원할 때 콘텐츠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과반수가 유료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OTT는 가입수 수를 늘리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OTT가 성공할수록 방송사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방송국 PD들의 모임인 한국PD연합회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회원을 대상으로 OTT 대중화의 영향을 묻는 문항에 ‘시청자 감소로 방송사 영향력 축소’를 58.4%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더 많은 기회 제공’이 기대된다는 답변은 20.3%로 OTT의 부정적 영향에 비해 채 반도 되지 않았다. OTT의 대중화가 진행될수록 그와 반비례하여 방송사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결국 방송사의 앞날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인식은 비단 PD들뿐만이 아니라 방송사 구성원 대부분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해외 OTT (PG) (이미지=연합뉴스)
해외 OTT (PG) (이미지=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 방송사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일단 적어도 보도 콘텐츠를 제외한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비보도성 콘텐츠의 경우 국내 방송사들이 OTT의 자본력을 뛰어 넘기는 힘들다. 넷플릭스의 경우 2021년 5000억 원을 투자해 15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작품당 평균 350억 원을 투자했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300억 원이 들어 에피소드 당 30억 원이 넘게 투자됐다. 반면 국내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의 경우 회당 평균제작비가 10억을 넘지 못한다. OTT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품 당 제작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어 국내 방송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와있다. 

콘텐츠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투자비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조처가 없는 한 방송사의 비보도성 콘텐츠가 경쟁력 면에서 글로벌 OTT를 능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비의 과소 여부는 사실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다. OTT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비교적 새로 등장한 콘텐츠 플랫폼이다. 1997년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면 지상파 KBS의 경우 1961년에 방송을 시작해 6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경험과 노하우, 인지도 등을 고려했을 때 방송사들은 상대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메리트가 많았다. 문제는 그 사이에 네트워크의 환경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기존 미디어가 안주하고 있던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방송의 경우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단방향 시스템이다. 매스 미디어라는 말이 적절하게 의미하는 것처럼 대중들은 본인의 선택과 관계없이 화면 위에 표출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량소비의 일원으로서만 존재했다. 미리 방영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춰 TV 앞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방송사는 당일 발생한 주요한 뉴스들을 취재, 편집해서 정해진 시간에 송출했다. 방송통신망을 독점하고 있는 방송사는 뉴스와 뉴스 사이 빈 시간에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대중이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내보냈다. 방송사는 유일한 콘텐츠 생산공장이자 전달 매체였고 대중은 단순 소비자였다. 

이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의 등장으로 가능해진 양방향 서비스는 방송사뿐 아니라 신문사 등 레거시 미디어의 쇠락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는 동일하지만 소비하는 방식은 극적으로 전환되었다. 양방향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콘텐츠의 소비 선택권이 개인들에게 넘어왔다. 방송사의 스케줄링 시스템에서 개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보는 VOD시스템으로 바꿨다. 시간과 공간의 활용 주체가 콘텐츠 공급자에서 콘텐츠의 소비자로 재구성됐다.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OTT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작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콘텐츠 플랫폼들은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시장을 만들었고 방송사들은 아직도 레거시 미디어 시절에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작은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MBC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 '피지컬:100', ‘나는 신이다’를 경쟁자인 넷플릭스에서 론칭한 경우가 그 한 사례다. 이런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과 뉴스 송출, 두 가지 기능을 다 가지고 있다. 이제는 두 가지 기능을 분리하여 최적의 솔루션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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