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보수단체를 동원해 여론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석원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이 건설근로자공제회 신임 감사로 임명됐다. 김 신임 감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또한 감사 경력이 전무해 '정치권 낙하산'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김석원, MB 시절 보수단체 동원 여론조작 연루 의혹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 10월 상임감사 공모를 진행했다. 상임감사가 임기 만료로 공석이었다. 상임감사 공모에 14명이 지원했으며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해 지난해 12월 16일 이사회에 추전했다. 지난 14일 이사 11명이 참석한 이사회 표결 결과, 김 전 비서관은 8표를 얻어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노동계에서는 김 전 비서관을 '정치권 낙하산'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국민캠프'에서 직능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2011년 4월 12일 한겨레 보도 “나는 MB정부의 여론조작 행동대장이었다”에 인용된 사진으로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다. 청와대 김석원 행정관이 “‘세종시 논란 국익 우선해야’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다.(사진 출처 한겨레)  
2011년 4월 12일 한겨레 보도 “나는 MB정부의 여론조작 행동대장이었다”에 인용된 사진으로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다. 청와대 김석원 행정관이 “‘세종시 논란 국익 우선해야’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다.(사진 출처 한겨레)  

또한 김 감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보수단체가 동원된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 2011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보수단체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 윤희구 의장은 김 감사의 요청으로 이명박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각종 온라인·현장 여론 선동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윤 의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청와대 김석원 행정관이 보수단체에 행동을 지시하면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내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윤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여론작업을 직접 요청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윤 의장은 2009년 7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취임식이 인권단체 반대로 제대로 열리지 못할 때도 당시 김 비서관의 부탁으로 인권단체 사람들과 언쟁을 벌였다고 했다. 당시 윤 의장은 특정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김 비서관의 문자메시지를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같은 과거 전력 때문에 김 감사에 대한 인사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미디어스가 확보한 건설근로자공제회 내부문건에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이사회 상임감사 임명 안건 부의 전까지 인사검증이 진행됐다고 명시됐다. 김 감사의 인사검증은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맡았다.

미디어스는 법무부에 김 감사 인사검증 과정에서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여부', '윤석열 캠프 활동 경력 고려 여부'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법무부는 "특정인에 대한 검증 여부나 구체적인 검증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노동자 돈 다루는 자리인데…감사 경력 전무

김 상임감사가 감사 경력이 전무해 '정치권 낙하산' 논란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노동계에서는 김 전 비서관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고용이 불안정한 건설노동자들의 상호부조와 복리증진,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1997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건설근로공제회의 주요 사업은 공제부금 수납, 공제부금 증식을 위한 자산운용, 건설노동자의 직업능력 개발·향상 및 취업지원, 건강검진, 단체 보험, 결혼·출산 지원 등이다. 건설노동자들의 돈을 다루는 기관인 만큼 상임감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스가 확보한 공제회 상임감사 공모 관련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사회에 추천된 3명의 상임감사 후보자 가운데 감사 직무 경력이 없는 인사는 김 감사가 유일하다. 반면, 다른 후보자들의 경우 한 명은 대기업 출신으로 행정안전부 감사관, 충청남도 감사위원장을 지냈다. 다른 한 명은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과장, 감사원 과장, 중소벤처기업부 감사관실 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감사 전임자인 심호 전 감사는 감사원에서 일반직고위감사공무원을 역임했으며 한국토목학회 평의원을 지냈다. 심 전 감사와 감사 임명을 경쟁했던 인사들도 공공기관에서 감사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상임감사 후보자 중 두 분은 감사 실무를 해왔던 분들이었고, 새 상임감사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낸 정치인"이라며 "형식을 갖췄으니 대놓고 (낙하산 인사를)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 준비를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감사 경력도 없는 인사가 건설 노동자들의 돈을 만지는 건설근로자공제회 상임감사가 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CI. (사진=건설근로자공제회)
건설근로자공제회 CI. (사진=건설근로자공제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

노동계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기울어진 이사회 구조 때문이다. 현재 15명의 이사 가운데 노동계가 추천한 이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추천이사 2명뿐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현실이 이런데 (정치권 낙하산이 내려와도)어쩌겠느냐"고 토로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회는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고용노동부 장관 및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직위에 있는 고위공무원 1명 ▲공제회 정관으로 정하는 건설업 관련 공제조합 및 사업주단체의 장 5명 이내 ▲공제조합 및 사업주단체의 장이 협의해 추전하는 전문가 2명 이내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하는 전문가 3명 이내 ▲국토교통부 장관이 추천하는 전문가 3명 이내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 2명 이내 ▲건설산업 또는 노동관계 업무에 1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이사회가 위촉한 사람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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