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SPL 제빵공장 사망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다. 그러나 기자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해 "보여주기식 사과만 기사 쓰라는 거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경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그룹은 사고 바로 다음날 SPL 제빵공장 가동을 재개하고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을 보내는 등 부적절한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노동자에 대한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노동자에 대한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경기 평택경찰서는 20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본사와 제빵공장 등을 대상으로 합동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SPC그룹 브랜드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1일 SPC그룹 홍보실은 이날 오전 11시 SPC그룹 양재사옥 2층에서 허 회장이 직접 SPL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총괄사장인 황재복 대표가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경영 강화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SPC그룹은 기자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7일 만에 진행되는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하루 전도 아니고 당일 공지하면서 기자 질문을 제외한 것이다.   

기자들은 이번 일이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인 데다 SPC그룹의 후속 조치가 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내보내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허영인 회장 기자회견을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경제지 A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SPC그룹이 반성이나 소통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기자는 "SPC는 사람이 죽어도 자기들이 정한 원칙에 따라 회사에 먼저 보고하고 바로 공장을 재가동했고, 자기들이 정한 원칙에 따라 빵 때문에 죽은 노동자의 빈소에 빵을 보냈다"면서 "이번에도 '자기 할 말'만 하고 말겠다는 것 아니냐. SPC그룹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제지 B기자는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기자회견에 기자들은 왜 불러 모으는지 의문"이라며 "경영진의 보여주기식 사과만 받아쓰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인터넷신문 C기자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유가족과 국민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태도로 미뤄보면 SPC그룹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결국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공수표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뉴스통신사 소속 D기자는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에서 질문을 안 받으면 (기자회견에)갈 이유가 있나 싶다"며 "기자회견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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