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도서관을 품은 마을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을 어귀에서 도서관을 발견하면 보물 지도를 손에 쥐고 있다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뛰고 감동으로 뭉클해진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도서관이 있다. 운 좋게도 집 바로 옆에 있다. 집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는 것은 행운이다. 언제든 책을 찾아 나설 수 있고, 언제든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주말에 도서관에서 글을 쓸 때가 있다. 작고 아담한 도서관이지만 조용한 곳에 있어 책을 읽고, 글을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침을 먹고 노트북을 챙겨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계절을 만난다. 여름은 이미 저만치 물러나 가을이 하늘을, 바람을, 나무를 차지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주택가 끝에 도서관이 있다. 나는 주로 소설과 동화가 있는 자료실을 이용한다. 글은 어린이 자료실에 앉아서 쓴다. 필요한 도서를 바로 찾아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 자료실에 앉아 있으면 느닷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점심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처음 도서관을 오는지 눈치를 살피며 쭈뼛거리기도 하지만 많은 아이는 여러 번 이용해 본 듯 어린이 자료실 중앙에 마련된 좌식 탁자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어린이 자료실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타고 놀 수 있는 어린이 자동차도 있고, 목마도 있고, 아지트처럼 숨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1인용 텐트도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다 목마도 타고, 목마를 타면서 책도 읽고, 텐트에 숨어 숨바꼭질도 하고, 텐트에 숨어 책을 읽기도 한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독서 공간이며, 놀이터이다.

아이들이 오기 시작하면 시끄러워지는 건 사실이다. 사서는 나를 힐끔힐끔하다 결국 조용히 말을 건다. “아래층에 어른들이 사용하는 자료실이 있습니다. 또 위층에 노트북을 사용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끄러우면 위층 공간을 사용하세요.”

나는 웃으며 알겠다고 하지만 옮길 생각은 없다. 소란한 것은 사실이지만 즐겁고 활기찬 소란이다.

사서의 걱정과 달리 혹시 아이들이 나를 불편해하거나 신경 쓰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많은 시간 앉아 있진 못하고 자리를 옮긴다. 골목 끝에 있는 도서관은 아이들에게도 보물지도 속 보물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도서관에서 2층 어린이 자료실만 북적거리는 것이 아니다. 1층 종합자료실은 언제나 만석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독서를 하는 연령층도 다양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까지 나이 폭은 넓지만, 책을 읽는 표정은 같다. ‘몰입’, 책에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작고 아담한 공립 도서관이지만 원하는 책은 다 구해 읽을 수 있는 화수분이다.

동네엔 공립 도서관 말고도 시민주도 작은도서관도 있다. 이사를 해 아파트를 둘러보다 지하에 자리한 작은도서관을 발견하고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몇 날 며칠을 입구에서 기웃거리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동네 마실 공간 같은 도서관이 나왔다.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나름 오랜 역사가 있었던 아파트 내의 작은도서관은 내가 이사 오고 몇 해 되지 않아 관리자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되었다. 벌써 몇 해 전 일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은 내가 사는 시에만 시민주도 작은도서관이 80개가 넘는다.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이용이 물리적으로, 거리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성도 있었겠지만, 책을 쉽게 접하고, 독서를 생활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독서 강좌를 만들고 작가를 초대해 강연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도서관 강좌가 인기리에 마감이 되는 것만 보아도 아이들이 책과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겐 생각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소원한다. 내 가슴에, 아이들 가슴에 있는 보물 지도 속 도서관이 아주 오래 빛을 내며 등불이 되어줄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