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언론을 향해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를 할 때 까만색 피부 사진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원숭이두창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흑인과 관련성이 떨어지고, 자칫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자협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과학기자협회는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에서 아프리카 흑인 환자(사진) 사용이 많다"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자협회에 “비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행하는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대륙과 관련성이 떨어지며 흑인 외에 다수의 다른 피부색 환자도 있다. 아프리카 국가의 흑인 환자 그림이 사용되면 불필요한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니 협조 바란다”고 전했다.

흑인이 아닌 원숭이두창 환자 사례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흑인이 아닌 원숭이두창 환자 사례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원숭이두창 확산 초기 언론은 흑인 사진을 사용했다.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던 풍토병이었기 때문에 관련 사진을 기사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자협회는 비 아프리카 지역 확진자 사진을 보도에 사용하라며 예시사진을 제공했다. 현재 다수 언론은 과학기자협회가 제공한 사진을 사용 중이다. 

현재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럽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 중 84%는 영국·스페인·독일·포르투갈·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 발생했다.

또한 언론 보도에 사용된 흑인 사진은 현재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과 관련이 없다. 조선일보, 서울신문, YTN 등 주요 언론은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에서 흑인의 손과 가슴에 수포가 발생한 사진을 사용했다. 여성신문의 팩트체크 기사에 따르면 이 사진은 1996년~1997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원숭이두창이 발병했을 때 촬영된 것이다.

원숭이두창 보도에서 흑인 사진을 사용한 언론 (사진=구글 검색화면 갈무리)
원숭이두창 보도에서 흑인 사진을 사용한 언론 (사진=구글 검색화면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7월 발표한 ‘코로나19와 혐오의 팬데믹’ 연구보고서에서 재난 상황 발생 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이 늘어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는 "전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김으로써 비난할 대상을 만들고 시기에 따라 옮기는 모습이 확인됐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발현되었다"고 분석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 표현이 온라인에서 증가했다.

(관련보도 ▶ [팩트체크] ‘원숭이두창’이 성병? 차별·편견 퍼뜨리는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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